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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남으려면 中 때려라"… 英, '메이드 인 유럽' 편입 대가로 對中 관세 압박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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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남으려면 中 때려라"… 英, '메이드 인 유럽' 편입 대가로 對中 관세 압박 직면

EU 산업가속법(IAA) 연 2조 유로 공공조달 시장 보호 추진… 佛·獨 "英 거친 중국차 우회 차단"
英 신차 중 중국산 18% 차지·BYD 최대 해외 시장… 정부 내부 "보복 감수하고 관세 동조 가능성"
튀르키예·일본·한국도 현지화 규정 예외 로비 총력… 연 800억 유로 규모 英-EU 자동차 교역 흔들
영국이 중국 외 BYD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가운데, EU의 '메이드 인 유럽' 혜택 편입 조건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BYD이미지 확대보기
영국이 중국 외 BYD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가운데, EU의 '메이드 인 유럽' 혜택 편입 조건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BYD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보호법안인 '산업가속법(IAA)' 내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현지화 인정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EU의 대중국 무역 방어 조치에 보조를 맞춰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거센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의 100% 관세 폭탄을 피해 영국으로 대거 유입되던 중국 전기차에 대한 '우회로 차단'을 노리는 프랑스와 독일이 영국에 '시장 접근의 대가'로 대중 관세 동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0월 21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EU가 추진 중인 산업가속법(IAA)은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역내 제조업을 보호하고 연간 약 2조 유로(약 2조 2,500억 달러)에 달하는 EU 공공조달 시장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단일 시장 복귀를 꾀하지 않으면서도 EU와의 실용적 경제 밀착을 추구해 온 영국 노동당 정권으로서는 이번 '메이드 인 유럽' 규정에서 배제될 경우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 생태계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이 중국산 완성차를 저율 관세로 대량 수입한 뒤 조립해 EU로 우회 수출하는 '뒷문(Backdoor)' 역할을 차단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英 신차 18%가 중국산… BYD 해외 1위 시장에 '관세 카드' 만지작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게 영국은 북미 시장이 사실상 폐쇄된 이후 유럽 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로 부상했다.

올해 2분기 영국 내 신차 등록 중 중국산 수입차 비중은 18%에 육박했으며, 중국 1위 비야디(BYD)의 최대 해외 시장 역시 영국이다.

EU가 이미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하이브리드 수출 쿼터까지 설정한 것과 달리, 영국은 기본 수입 관세 10%만을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닛케이 아시아에 "영국이 메이드 인 유럽에 포함되는 만족스러운 조건을 보장받는다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경제 모델링 결과,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보다 EU 조달 시장과 단일 시장 연계에서 배제되어 입는 손실이 훨씬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中 상무부 "동조 시 보복" 경고… 재규어 랜드로버 타격 우려


중국 정부는 영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영국이 EU의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편승할 경우 상응하는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공식 경고했다.

중국은 영국의 네 번째로 큰 교역국으로 영국 전체 수출의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영국 대중 수출의 19%가 완성차에 집중되어 있다.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인 재규어 랜드로버(JLR) 등 고급차 라인업이 중국의 표적 보복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영국 자동차 제조업자 및 상인협회(SMMT)의 마이크 호스(Mike Hawes) 최고경영자(CEO) 등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가격 인상을 부르는 추가 관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영국산 차량이 배제될 경우 연간 800억 유로 규모에 달하는 영·EU 간 자동차 교역이 붕괴될 수 있으므로 영국을 메이드 인 유럽의 신뢰받는 파트너로 인정하는 타협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 닛산 선덜랜드 공장 등 주요 생산 기지의 차량 수출 중 56%가 EU로 향하고 있다.

튀르키예·일본·한국도 '예외 인정' 로비 총력


유럽의 거대한 현지화 장벽에 직면한 것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유럽의회에는 IAA 법안을 둘러싸고 5,000건 이상의 수정안이 쏟아져 들어오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로비전이 가열되고 있다.

토요타 모터 유럽의 맷 해리슨(Matt Harrison) CEO는 "IAA가 영국뿐 아니라 튀르키예, 일본 등 유럽 자동차 산업에 오랜 기간 기여해 온 신뢰할 수 있는 생산 파트너들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요타가 연간 44억 달러 규모를 수출하는 튀르키예의 경우 완성차 수출의 57%가 EU로 들어가며, 터키 자동차 생산의 75%가 유럽계 기업 합작으로 이뤄진 관세동맹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동등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파리 싱크탱크 몽테뉴 연구소의 조셉 델라트(Joseph Delatte) 연구원은 "프랑스-독일 연합은 우방국들에게 조달 시장 개방과 대중 무역 방어 조치 공조를 조건으로 문호를 열어주려 할 것"이라며 "일본은 조달 시장 개방 카드를 활용할 수 있고, 한국은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활용해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20일로 예정된 영국-EU 정상회의와 내년 1월로 잡힌 EU-중국 무역 회담을 앞두고, 런던이 EU의 통상 방어망 편입을 대가로 베이징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는 '관세 선택'을 내릴지 글로벌 통상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