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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700억 톤 인광석, 장밋빛 환상 걷어낸 '냉정한 채산성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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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700억 톤 인광석, 장밋빛 환상 걷어낸 '냉정한 채산성 성적표'

추정 매장량 700억 톤 중 경제적 실채굴 자원은 45억 톤 수준… '100년 치' 주장도 50년으로 수정
품위 4~5% 불과한 단단한 화성암 지층… 연암·노천 채굴하는 모로코산 대비 채굴 단가 천문학적
첫 광구 순현재가치 27억 달러·2028년 상업화 목표… 韓 LFP 양극재 '脫중국' 대체선으로 중장기 부상
노르웨이 남서부 인광석 매장지 탐사 현장. 사진=노르지 마이닝(Norge Mining)이미지 확대보기
노르웨이 남서부 인광석 매장지 탐사 현장. 사진=노르지 마이닝(Norge Mining)
노르웨이 남서부 해안 지대에서 발견돼 전 세계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700억 톤 규모 초대형 인광석(Phosphate Rock) 매장지'를 둘러싸고, 초기 '24조 달러(약 3경 2,000조 원) 잭팟'이라는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채산성과 지질학적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냉정한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농업용 비료의 핵심 원료인 인광석이 대규모로 묻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실질 매장량은 전체 추정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데다 저품위 단단한 암석 구조로 인해 천문학적인 정제 비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80%를 웃도는 한국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오는 2028년 상업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전략적 우방국 대체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00억 톤·24조 달러' 수치의 허상… 실제 채산 자원은 45억 톤 안팎


10월 24일(현지시각) 글로벌 자원 분석 보고서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 종합 자료에 따르면, 영국계 탐사 광산 기업인 노르지 마이닝(Norge Mining)이 노르웨이 남서부 비에르크레임(Bjerkreim)과 에이게르순(Eigersund) 일대에서 확인한 인광석 지층은 발견 초기 바나듐, 티타늄과 함께 매장돼 '인류가 향후 100년간 쓸 수 있는 규모'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 지질학 기준과 광물 자원 분류 체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과장된 숫자의 실체가 드러난다.

대중의 이목을 끈 '700억 톤'이라는 숫자는 지표면 수천 미터 지하 깊은 곳까지를 포함한 지질학적 단순 추정치(Inferred Resource)에 불과하며, 현대 채굴 기술로 상업적 채굴이 입증된 가채매장량이 아니다.

국제 공인 기준(JORC 코드 등)을 엄격히 적용했을 때 경제성 있는 실질 자원 규모는 약 45억 톤 수준으로 좁혀진다. 이에 따라 탐사사 측도 전 세계 수요를 100년간 충당할 수 있다는 당초 발표를 철회하고, 현실적인 공급 기간을 최소 5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24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평가액 역시 과학적·재무적 근거가 결여된 허수에 가깝다. USGS 통계에 기반해 700억 톤 전량에 톤당 글로벌 원자재 평균 시세(약 100달러 안팎)를 단순 곱하더라도 원석의 총가치는 약 7조 달러 수준에 그친다. 채굴, 파쇄, 화학적 정제, 제련에 들어가는 막대한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명목 수치일 뿐이다.

실제로 1차 채굴 구역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PFS) 결과, 첫 개발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NPV)는 약 27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 안팎으로 산출됐다. 1조 7,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굴리며 매년 국가 재정으로만 600억 달러 이상을 전입시키는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의 단 이틀 치 수익에 불과한 규모다.

'품위 4%' 단단한 화성암… 70% 쥔 모로코 '퇴적암 오픈핏' 못 당해


세계 각국이 비료와 LFP 배터리 확보를 위해 안달이 난 상황에서도 노르웨이가 즉각적인 채굴에 착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질학적 구조에 따른 기술적 난관 때문이다.

노르웨이 매장지는 매우 단단한 화성암(Igneous rock) 형태로 형성돼 있다. 원석 내 오산화인(P2O5) 함유량을 나타내는 광석 품위가 4~5% 수준에 불과해, 암석을 미세하게 부수고 갈아낸 뒤 화학 반응을 통해 인을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과 정제 에너지가 소모된다.

반면 글로벌 인광석 매장량의 70% 이상(500억 톤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절대 강자 모로코의 광산은 성격이 판이하다.

모로코 인광석은 부드러운 퇴적암(Sedimentary deposit) 지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품위 역시 10~30%에 달한다. 별도의 복잡한 파쇄 공정 없이 노천 채굴(Open-pit) 방식으로 포클레인으로 긁어모아 수출할 수 있어 생산 단가가 노르웨이 화성암 채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과거 최고 품위의 인광석을 무분별하게 파헤치다 자원 고갈과 함께 국토 황폐화 및 경제 파탄을 겪은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Nauru)의 교훈도 작용하고 있다. 엄격한 환경 규제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정부는 철저한 친환경 탄소중립 기준과 환경영향평가를 충족하지 않는 한 무리한 속도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中 의존도 80% 韓 배터리엔 '단비'… ESG 충족 전략 광산으로 기대


비록 생산 단가는 높지만 노르웨이 인광석이 지닌 지정학적 가치는 서방 진영과 한국 산업계에 매우 중대하다. 핵심 광물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중국에 맞서 '탈(脫)중국' 대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우방국 자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농업용 비료와 LFP 배터리 양극재 합성의 핵심 전구체 원료인 인산일암모늄(MAP)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비료 수급 안정이나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인산염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할 때마다 국내 화학 및 배터리 공급망 전체가 직격탄을 맞아왔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들이 현대차와 글로벌 완성차 주문을 겨냥해 국내외에 대규모 LFP 양극재 전용 공장 증설에 착수한 상황에서, 비(非)중국산 청정 인광석 확보는 생존이 걸린 당면 과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외국우려기관(FEOC) 규정과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까다로운 통상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수력발전 기반의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고 윤리적 ESG 기준을 준수하는 노르웨이산 인광석은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원자재가 될 수 있다.

광물 자원 경제 전문가들은 "노르웨이 인광석은 단번에 수조 달러를 벌어다 주는 기적의 황금알이 아니라, 고도의 정제 기술과 인내심 있는 투자를 요구하는 '장기적 전략 자산'"이라며 "오는 2028년 첫 상업 채굴이 본격화되면 모로코의 물량을 대체하기는 어렵더라도, 중국발 원자재 무기화 충격을 완충해 줄 서방 공급망의 핵심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