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구조사 야권 근소 우세에도 과반 미달…아이젠코트, 팔레스타인 독립 반대·하마스 통치 종식 주장
이란 정권교체 목표에는 신중…군사적 성과의 외교적 전환과 서방 관계 개선 가능성
이란 정권교체 목표에는 신중…군사적 성과의 외교적 전환과 서방 관계 개선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에서 야권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연합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권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중동 안보 정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야권 지도자인 가디 아이젠코트가 차기 총리에 오르더라도 가자지구와 이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한 안보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젠코트는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수행 방식과 극우 연정 운영을 비판해왔지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에 반대하고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네타냐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에 대한 정권교체 목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해결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중동 분쟁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와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국내 정치와 지도력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가자지구와 이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등 핵심 안보 현안에서는 실질적인 정책 차이가 제한적이라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전날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의 출구조사에서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이 집권 연합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FT는 출구조사에서 어느 진영도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아랍계 정당들의 약진이 차기 정부 구성의 핵심 변수가 됐다고 전했다.
◇야권 우세에도 과반 미달…아이젠코트 집권부터 불확실
이스라엘 주요 방송사들이 27일 투표 종료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는 아이젠코트의 야샤르당을 중심으로 한 유대계 야권이 전체 120석 가운데 52~53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랍계 정당들은 17~18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에서 과반을 차지하려면 61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출구조사 결과대로 의석이 확정되더라도 야권은 집권 연합보다 2~3석 앞설 뿐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특히 아랍계 정당들이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에 협조할 의향을 나타냈지만 유대계 야권 내부에서는 이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정부 구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권 주요 인사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아랍계 정당의 지원을 받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아랍계 정당들이 정부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외부에서 아이젠코트 정부를 지지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야권 내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야권이 출구조사에서 우세한 것과 아이젠코트가 실제 총리에 오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다른 방송사인 채널14는 네타냐후 진영이 우세한 출구조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종 의석 배분과 연정 협상 결과에 따라 총리직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WSJ이 선거 이후 정부 구성 협상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자지구 정책, 하마스 통치 종식 목표는 공통
아이젠코트가 집권할 경우 가장 먼저 주목받을 안보 현안은 가자지구 문제다.
네타냐후 총리와 아이젠코트는 전쟁 수행 방식에서는 대립해왔지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계속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표를 공유한다.
아이젠코트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18개월 안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활용할 수 있다면 외교적 방안을 추진하되 필요하다면 군사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아이젠코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즉각 중단되거나 가자지구 안보정책이 전면적으로 온건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두 정치인의 차이는 군사력의 사용 여부보다 군사작전을 어떤 방식으로 끝내고 그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아이젠코트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낸 군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전시 비상내각에 참여해 전쟁 내각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장기화하고 인질들의 안전을 희생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몇 달 뒤 내각에서 물러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같은 비판을 부인해왔다.
아이젠코트는 가자지구 전투에서 막내아들을 잃기도 했다.
WSJ은 “아이젠코트가 군사력의 한계와 전쟁의 비용을 이해하고 있지만 안보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안보 목표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팔레스타인 독립 반대…서안지구 정착촌 정책에는 차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문제에서도 두 후보의 입장은 상당 부분 겹친다.
아이젠코트는 네타냐후 총리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에 반대한다.
그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지역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상황을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아이젠코트가 집권한다고 해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공통된 입장을 보인다.
다만 정착촌 확대의 속도와 방식,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정착민 폭력 문제에서는 차이가 있다.
아이젠코트는 극단주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유대인 테러'라고 비판하며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한 서안지구 E1 지역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반발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정책 차이는 아이젠코트 정부가 출범하면 서안지구의 정착촌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 자체에 반대하거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인정하는 수준의 정책 전환과는 구분해야 한다.
◇이란 정권교체 목표에는 신중…외교적 해법 모색 가능성
이란 문제에서는 두 후보의 접근법에 상대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과정에서 이란 정권교체를 목표로 제시했다.
반면 아이젠코트는 이같은 목표가 지나치게 야심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성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WSJ은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아이젠코트가 집권할 경우 이스라엘이 주변국과 벌이고 있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젠코트 역시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권 자체를 교체하는 목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군사작전의 범위와 전쟁 이후 외교적 출구전략에서는 차이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
다만 야권이 집권하더라도 이란에 대한 구체적인 군사작전 계획이나 협상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WSJ의 분석 역시 두 후보의 기존 발언과 정책 노선을 바탕으로 한 전망이다.
◇안보 우경화가 야권의 정책 변화 제약
아이젠코트가 네타냐후 총리와 차별화된 안보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는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변화가 꼽힌다.
2023년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후 이어진 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서 강경한 안보정책에 대한 지지가 확대됐다.
여론조사업체 아감랩스의 조사에서는 유대계 이스라엘인 가운데 약 3분의 1이 전쟁 이후 이전보다 우파 성향이 강해졌다고 응답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에 대한 지지도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이같은 여론이 야권 지도자들의 정책 선택 폭을 좁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루살렘의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 소속 타마르 헤르만 선임연구원은 야권이 안보 문제에서 네타냐후 진영과 비슷한 주장을 더 세련된 방식으로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안지구 문제를 제외하면 야권의 안보정책이 우파와 실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야권이 집권하려면 기존 우파 유권자들의 일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도 강경한 안보정책을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루살렘 히브리대의 가일 탈시르 정치학 선임강사는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으려면 2022년 네타냐후 연정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서 5~10석을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우파의 언어로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젠코트뿐 아니라 또 다른 야권 지도자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양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반드시 안보정책의 완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극우 각료 퇴진 땐 대외관계 개선 기대…정책 전환은 별개
아이젠코트 정부가 출범할 경우 상대적으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는 이스라엘의 대외관계다.
WSJ은 일부 외교관과 이스라엘 관계자들이 정치 지도부 교체를 통해 이스라엘의 국제적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성향 각료들이 물러나면 일부 서방국가와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네타냐후 연정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폭력 선동 의혹 등으로 일부 서방국가에서 입국 금지 조치를 받은 인물들이다.
야권이 이들 극우 인사를 배제하고 정부를 구성한다면 외교적 대화의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젠코트가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거론된다.
그러나 외교적 관계 개선과 팔레스타인·이란에 대한 안보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이젠코트가 집권하더라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 반대, 하마스 통치 종식,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에 대한 강경 대응이라는 기본 원칙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정권교체 여부와 안보정책 변화 폭 모두 지켜봐야
이번 이스라엘 총선의 향방을 판단하려면 두 가지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는 출구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선 야권이 실제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유대계 야권은 과반인 61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랍계 정당의 협조를 둘러싼 야권 내부 이견도 여전하다.
따라서 출구조사에서 네타냐후 집권 연합이 과반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정권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둘째는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이 어느 정도 달라지느냐는 문제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젠코트 정부는 네타냐후 정부보다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이란 문제에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여지가 있다.
극우 성향 각료들을 배제할 경우 일부 서방국가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반대와 하마스 통치 종식이라는 기본적인 안보 목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2023년 하마스 공격 이후 강경해진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안보 인식이 새 정부의 정책 선택에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여부만큼 중요한 것은 차기 정부가 기존의 군사적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분쟁 해결 방식과 외교적 접근에서 어떤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느냐라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