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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AI 투매에 ETF 470억달러 매도 경고…개인투자자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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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AI 투매에 ETF 470억달러 매도 경고…개인투자자도 탈출

나스닥100 시총 2조5000억달러 증발…공포지수 8개월 최고
헤지펀드·개인투자자 동반 매도…골드만삭스 "문의 전화 폭주"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월가에서 대규모 매도와 위험회피 거래가 확산했다.

기관투자자들이 AI 관련 주식의 비중을 줄이는 가운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장 마감 무렵 약 470억달러(약 63조원) 규모의 주식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가 하락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까지 대규모 매도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증시가 급락한 5일(이하 현지시각) 투자자들의 문의가 월가 금융회사에 쇄도했으며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고 파생상품시장에서 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가 급증했다고 6일 보도했다.

5일 나스닥100지수는 6.4%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약 2조5000억달러(약 3353조원)가 증발했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데다 그동안 AI 관련주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금융시장 부문의 존 플러드 파트너 겸 매니징디렉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자산관리업체 밸러스트록프라이빗웰스의 짐 캐럴 선임 자산관리 고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시장 상황을 두고 "오늘 증시에 거대한 증기롤러가 등장했다"고 표현했다.

◇레버리지 ETF 470억달러 매도 예상…증시 하락 증폭 우려


이날 월가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주가 급락을 넘어 펀드의 기계적인 매매가 하락세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장중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ETF들이 장 마감 무렵 투자 비중을 재조정하면서 약 47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같은 규모의 매도가 발생한다면 노무라가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7월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된다.

예상 매도 물량의 대부분은 기술주와 AI 관련 ETF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일정 배율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시장이 급락하면 목표 투자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무렵 보유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에 따라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일부 시스템 투자전략도 비슷한 매매를 유발할 수 있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이같은 매도에 앞서 주식을 처분하면서 시장의 하락 압력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노무라의 470억달러는 실제 확정된 매도액이 아니라 장중에 산출한 예상 규모다.

골드만삭스의 플러드는 헤지펀드들이 전날 매수했던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등 일부 종목을 다시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4일 주가가 반등하자 위험자산을 재매수했던 투자자들이 하루 만에 포지션을 축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포지수 28.36까지 급등…풋옵션 가격 평소 두 배


투자자들의 불안은 파생상품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가의 대표적인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중 11.75포인트 상승한 28.36까지 치솟았다.

이는 8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장중 상승 폭은 18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VIX는 28.18로 거래를 마쳤으며 나스닥종합지수는 5.5%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발생할 손실을 줄이기 위해 풋옵션을 매수하는 등 위험회피 거래를 확대했다.

옵션 분석업체 머큐리얼러츠에 따르면 주요 주가지수 관련 풋옵션의 프리미엄은 평상시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서스퀘하나파이낸셜의 크리스 머피 파생상품전략 공동대표는 반도체와 AI 관련주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 새로운 위험회피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들과 기존 하락 대비 포지션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전날만 해도 투자자들이 하락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하루 만에 보호 수단이 절실하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도 저가 매수 포기…코로나19 이후 최대 매도 가능성


이번 주가 급락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대응도 평소와 달랐다.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의 비라지 파텔 글로벌 거시전략가는 이날 장 마감 약 한 시간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증시 폭락 이후 개별 주식을 가장 많이 매도하는 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텔은 "통상적인 매도세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지만 오늘은 개별 종목에서 이같은 매수세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AI 관련주가 하락할 때마다 주식을 추가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까지 위험회피에 나서면서 증시를 지탱하던 저가 매수 수요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대형 헤지펀드들도 손실을 입었다.

골드만삭스가 고객들에게 보낸 프라임브로커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복합전략 헤지펀드들은 AI 대형주에 대한 높은 투자 비중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기술·미디어·통신 분야에 집중하는 펀드들의 수익률도 1년 전보다 2.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동시에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이번 증시 하락이 일시적인 투자 비중 조정인지 AI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AI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단순한 거래상 포지션 조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흐름의 변화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그동안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주에 투자자금이 집중돼 있었던 만큼 향후 AI 투자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