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매 20% 이상 감소·유럽 시장 부진…미국이 마지막 수익처로 부상
현대차 픽업·SUV 확대, 토요타 36억달러 투자…2030년 생산능력 100만대 추가 전망
현대차 픽업·SUV 확대, 토요타 36억달러 투자…2030년 생산능력 100만대 추가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소비자들이 수익성이 높은 대형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고 높은 자동차 가격도 받아들이면서 미국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핵심 수익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대하면서 향후 수요가 둔화할 경우 새로운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마지막 주요 수익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현대차, 토요타, 폭스바겐,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현지 생산과 신차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신차 평균 가격은 약 5만달러(약 6820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신차 구매자 약 5명 중 1명은 매달 1000달러(약 136만원)가 넘는 자동차 할부금을 내고 있다.
WSJ는 “이같은 소비 특성 때문에 미국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에서 더욱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 급랭…고수익 미국 시장으로 투자 집중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시장의 올해 1~9월 판매는 20% 이상 감소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판매량을 확대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핵심 시장이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저렴한 생산비용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해외 완성차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결과 중국 업체들은 서구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저가 차량은 해외시장으로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중동 등 다른 주요 자동차시장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은 더욱 제한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형 픽업트럭과 SUV, 하이브리드차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엄격한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를 폐지한 것도 자동차업체들의 사업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WSJ는 기존 규제가 업체들에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생산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은 높은 관세와 기술 관련 수입 규제로 중국산 저가 자동차의 유입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시장과 차이가 있다.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시장”이라며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최우선 과제는 미국"…픽업·SUV 신차 확대
현대차도 미국 시장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행사에서 자신의 최우선 과제 세 가지가 모두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차량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한 발언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 수십 종의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차에는 오프로드 주행을 강조한 차량과 첫 중형 픽업트럭,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신모델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차체와 강인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WSJ는 현대차가 공개한 콘셉트카 '볼더'가 포드 브롱코 등 미국의 전통적인 오프로드 차량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한 점에 주목했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공략 강화는 기존 미국 업체들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WSJ는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3위인 포드를 추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드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완화가 아시아 경쟁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해 자사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요타 36억달러·아우디 40억달러…미국 현지 공장 확대
일본과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토요타는 미국에 최대 100억달러(약 13조64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36억달러(약 4조9104억원)를 투입해 텍사스주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중형 픽업트럭 타코마의 일부 생산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토요타는 최근 북미 사업을 이끌 새로운 책임자를 임명했으며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혼다 역시 오하이오주에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닛산은 SUV 엑스테라를 다시 출시하고 주요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CEO는 미국 시장점유율을 현재 6% 미만에서 약 7%로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미국에서 연간 16만대 이상의 차량을 추가로 판매해야 한다.
유럽 업체들의 미국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는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 40억달러(약 5조4560억원)를 투자해 대형 고급 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 역시 미국 생산시설과 현지 판매 차종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픽업트럭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게 되면 약 40년 만에 해당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셈이다.
폭스바겐은 다른 자동차업체와 공동으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포드와 합작사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포드와 GM, 램 등 현지 업체들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분야다.
외국 업체 가운데서는 토요타 타코마 정도만 의미 있는 판매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의 샘 피오라니 부사장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매력적이지만 실제 진입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30년 생산능력 100만대 추가…공급 과잉 경고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미국 투자 확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WSJ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이미 성장 정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완성차업체들이 동시에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의 피오라니 부사장은 현재 발표된 자동차 공장 건설계획이 실현되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확보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앞으로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보유하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미국 도로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평균 연식은 약 13년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차량 가격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완성차업체들이 생산능력을 경쟁적으로 늘릴 경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GM의 제이컵슨 CFO도 미국 시장에서 생산시설 활용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GM이 자체 생산능력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비용을 억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GM·포드도 전략 수정…하이브리드·신사업으로 대응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해외 경쟁사들의 공세에 대응해 제품 전략과 수익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GM은 그동안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하이브리드를 중간 단계의 기술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요타, 혼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GM은 쉐보레 이쿼녹스와 3열 SUV 등 주력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판매 이외의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방위산업 관련 사업이 대표적인 분야다.
포드도 가격 경쟁력을 높인 신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산 전기차의 저렴한 가격과 기술 경쟁력에 대응하는 전기 픽업트럭을 추진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2030년대 초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20%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GM은 시장점유율 확대 자체보다 수익성을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WSJ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생산능력 증가가 실제 수요를 초과할 경우 새로운 경쟁과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핵심 수익시장으로 부상한 동시에 향후 공급 과잉 위험이 집중되는 시장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