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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건설사 신사업경쟁 후끈…부동산금융·호텔·바이오·물류·전기버스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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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건설사 신사업경쟁 후끈…부동산금융·호텔·바이오·물류·전기버스까지 노린다

대림산업이 비즈니스호텔로 운영중인 여의도 글래드호텔 이미지 확대보기
대림산업이 비즈니스호텔로 운영중인 여의도 글래드호텔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연초마다 관련부서에서 신 성장사업을 계획하고는 있지만, 올해는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해외도 앞이 캄캄한 상황이에요. 중장기적으로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팽배해 있어요.”

한 대형건설사 임원의 말이다. 올해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데다가 미 금리인상에 중동 저유가 및 정세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국내서도 공급과잉 우려에 대출규제까지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비상경영과 내실을 외치면서 한편으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으로는 기존 주택관련 사업이외에도 호텔이나 면세점, 편의점 진출, 문화관광 레저를 위한 리조트와 물류사업, 전기버스와 외식사업,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등에 적극 나서고 있고, 밖으로는 단순 해외수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계사업을 발굴하거나 직접 자본을 투입해 운영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임대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부영은 최근에만 삼성생명 본사건물과 호텔, 리조트 등 1조원 규모의 다양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고, 지난해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부동산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또한 대림산업은 올해도 서울에서 2~3개의 비즈니스호텔을 오픈할 계획이며, 해외에선 이란경제제재 해제로 인해 석유화학 분야의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상당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한화건설 등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과 중견건설사인 서희건설은 올해 ‘뉴스테이’를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희그룹은 최근 편의점 사업에도 진출해 매장수를 늘리고 있으며, 한라는 동탄 물류단지를 활용해 물류사업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양은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이며, 요진건설산업은 증권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건설담당 연구위원은 “올해는 건설사들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해외시장에선 이란과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한 아시아 중심 프로젝트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보니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에선 발주가 된다 하더라도 돈이 없어 펀딩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뉴스테이’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는 분위기로 바뀌다보니 하나의 대안으로 다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단기적인 신사업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사 사업다각화로 포트폴리오 재구성…주택서 부동산금융·호텔·바이오·물류로 사업확장

작년 말부터 건설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부영이다. 임대사업을 주력으로 했던 부영은 최근 호텔과 테마파크, 리조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5000억원대 후반의 삼성생명 본사건물까지 인수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사업다각화를 이중근 부영 회장의 의중이 짙게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이 회장은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막대한 현금을 기반으로 토지든 빌딩이든 통 크게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관계자는 “부영은 그동안 다양한 부동산 매입을 통한 임대사업을 주도하면서 총자산이 16조원을 넘어섰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CC, 이번에 삼성생명 본관까지 포함하면 최근 석 달간 부동산을 사는데 들인 돈만 1조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부영은 지난해 제주 서귀포에서 ‘부영호텔&리조트’를 개장한데 이어 삼환기업으로부터 매입한 한국은행 인근 부지와 성수동 뚝섬에도 관광호텔 건립을 각각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일대에 5조1000억원을 투자, 2020년까지 글로벌테마파크 등을 조성한다는 안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개장한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전경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개장한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전경
지난해 말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부동산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 새롭게 부동산 금융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부동산 금융활동과 함께 그룹사와 협업해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저성장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플랫폼 자산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사업환경 변화와 견고한 체력을 갖추고 ‘종합부동산·인프라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타사와 다르게 사업 확장형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사업부문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개선, 이러한 부동산 금융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해외 주택시장으로도 보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14년말 여의도에서 비즈니스호텔인 ‘글래드’를 개장한 대림산업은 올해도 서울 강남, 마포 등에서 2~3개 호텔을 오픈할 계획이다. 글래드는 대림산업이 자체 개발한 호텔 브랜드다. 그동안 대림산업은 호텔사업과 관련해 개발 및 시공, 운영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호텔사업은 새로운 영역이라기보다는 기존 호텔사업을 20~30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한 자체 사업부가 있어 합작해 시공이외에도 직접 운영까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림산업은 최근 이란경제 제재해제 후 공사 발주량 증가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건설사다. 석유화학사업에도 상당부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저유가 지속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이 증대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주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향후 5년간 최대 2000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지속되면 국내 건설업계에는 중동 산유국의 수입이 줄어 발주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석유화학사업도 동시에 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석화제품 주원료인 납사가격 하락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뉴스테이’ 새로운 먹거리로 대부분 적극 참여...한라(물류), 한양(바이오), 요진(증권), 동원(전기버스) 등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한화건설, 대림산업, 서희건설 등은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스테이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도심 공공부지나 LH의 보유택지를 공급한 후 소득기준이나 주택 소유여부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주자 모집에 신청을 해 당첨이 되면 8년을 거주할 수 있다. 사업자가 분양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장기거주도 가능하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이 뉴스테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발주처인 정부나 LH가 상당부분 리스크를 보완해주는 사업모델인데다 새로운 유형의 사업방식이라 시장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공급과잉 우려와 함께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정부지원을 통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메리트를 느끼고 있다.

대림산업이 올해 처음으로 강남생활권에서 선보인 뉴스테이인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는 지난 10일 계약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완판됐다. 앞서 진행된 청약접수에서도 342가구 모집에 345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섰다. 또한 현대건설은 작년 11월 800세대에 달하는 수원 호매실지구 3차 ‘뉴스테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대우건설도 최근 동탄2신도시에서 1135가구 규모의 뉴스테이를 선보인바 있다.

한화건설은 작년 하반기 수원 권선 ‘꿈에그린’에서 2400가구 대단지 규모의 ‘뉴스테이’를 분양한 바 있다. 민간택지에서는 1호 사업으로 정부가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4개의 뉴스테이 시범사업지 중 하나다. 이외에 중견건설사인 서희건설도 올해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뉴스테이’를 적극 추진, 다음달 초 대구 금호지구에서 첫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 시공, 임대관리까지 전 단계를 포괄하는 ‘뉴스테이’ 사업을 새로운 사업기회로 보고 앞으로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며 “국내 메이저 설계회사와 팀을 구성해 차별화된 주거상품으로 공모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룹차원에서 추진 중인 편의점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희그룹은 지난해 9월 ‘로그인’ 점포 96개를 인수하면서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 최저수준의 수수료를 무기로 최근 가맹점 수를 140개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한라는 지분을 보유한 동탄 물류단지를 활용해 물류사업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교육, 레저 등 비 건설부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다. 한양은 바이오에너지 사업진출을 모색, 지난해 말 전남 광양 황금산업단지에 100MW 규모의 우드펠릿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100MW는 표준원전의 10분의 1에 해당하며 단일 우드펠릿발전소로는 최대 규모다.

아울러 작년기준 시공능력평가 66위인 요진건설산업은 최근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리딩투자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증권업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동원건설산업은 작년 12월 계열사인 올레브를 흡수 합병, 무선으로 충전되는 전기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레브가 만드는 전기버스는 노면에 서 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충전되고 현재 세종시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웅 기자 ciu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