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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은 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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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은 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였나?

윤주찬(yoonj@hfn.co.il) HFN법률사무소 인턴





이스라엘 코로나19 현황


지난 2월 27일 최초 국내 확진자를 시작으로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3월 기간 일일 평균 100명 수준을 기록하며 비교적 낮은 발병률을 보였다. 그때만 해도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4월에 접어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0~500명으로 증가했을 때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7일간 국가 록다운(Lockdown)을 발표하며 강경하게 대응했고 방역 관리 모범 사례에 꼽힐 정도로 선제적인 대응을 선보였다. 그러나 국가 록다운 동안 시행된 이동 제한과 경제활동 봉쇄 등의 조치로 인해 5월부터 하루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감소세를 보이자 이에 안도한 정부는 유치원 및 학교를 다시 열고 민간 분야의 경제활동 재개도 허용했다. 너무 빨리 자만했던 탓일까? 규제를 완화하자마자 6월부터 이스라엘 코로나 확진자 수는 다시 100명을 넘어 세 자릿수로 회귀하더니 급기야 7월에는 하루 평균 1000명으로 증가하는 2차 유행 상황을 맞았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확진자 수는 줄곧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2020년 9월 30일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9015명이 되면서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확진자 변동 내역
(단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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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스라엘 보건부 집계

이스라엘 정부 대응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0~500명 수준으로 증가하던 4월 중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동제한령(100미터 이상 이동금지)과 경제·시장 봉쇄(식료품 및 의약품 판매를 제외한 상점 운영 금지) 등 강경 조치를 발동해 확진자 수의 증가를 막는 데에 성공했었다. 그러다 5월 초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가자 정부는 이동 제한과 봉쇄를 즉시 철회했고 순차적으로 상점 및 쇼핑센터, 헬스장, 식당, 카페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고 유치원 및 학교도 다시 열었다. 당시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동제한과 경제활동 금지를 한 간 더 유지하기를 권고하며 규제 완화를 반대했으나 결국 이스라엘 정부는 경기침체 위기를 막기 위해 제재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재무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동제한령과 경제·시장 봉쇄의 빗장이 풀리자마자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 7월 3일에는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 집계 이례 최초로 1000명을 기록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이때 정부는 또다시 경제활동 규제를 발표하며 헬스장, 클럽, 술집, 영화관 등의 운영 금지를 발표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많은 기업가와 자영업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며 현정부의 미흡한 코로나 대응에 분노를 표출했다. 여론에 밀린 정부는 7월 24일 다시 이전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코로나19 수정 규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일부 상점(쇼핑센터, 미용실)은 주말(금요일, 토요일)마다 영화관, 문화 행사관(체육관, 공연장, 미술관), 술집 등은 전면적으로 운영이 금지됐다. 그러나 2주간 규제를 시행해 본 결과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자 주말 동안의 영업 금지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결국 정부는 주말 운영금지령을 폐지했다.

한편, 이스라엘 의회(Knesset)는 확진자 수 최고 기록이 매일 경신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지난 8월 31일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교통신호등 제도를 발의해 통과시켰다. 교통신호 체계와 같이 이스라엘 각 도시를 확진자 비율에 따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4개의 색으로 구별하고 색깔에 따라 각 도시의 코로나 관련 규제가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확진자 발생수가 높은 도시를 레드(빨강), 그 다음을 오렌지(주황) 등으로 구별하고 색깔에 따라 학교 등교, 모임, 사업장 운영 등의 규제 범위를 달리했다. 예를 들어 레드 지역의 경우, 학교 운영이 불가하고 모임은 실내 최대 10명 실외 최대 20명으로 제한됐다. 그리고 모든 단체 행사장도 영업이 금지됐다. 신호등 규제를 서둘러 시행하려던 찰나 9월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또 다시 크게 증가하자 다급해진 이스라엘 정부는 9월 10일에 전국적인 봉쇄령(Lockdown)을 결정하게 됐고 현재 9월 18일부터 시작해 3주 동안 적용되는 봉쇄를 진행하고 있다. 봉쇄 기간에는 주로 도로에 경찰과 군을 배치하고 주요 도시에 대해서는 순찰 활동을 강화하는 등 이동 통제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던 주요 원인으로 성급했던 정부의 경제 재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 경제·시장 봉쇄로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경제활동 재개와 유치원 및 학교 등교가 논의되자 이스라엘 보건부는 한 달간 추가적인 시장 봉쇄가 필요하다며 강하게 반대했으나 결국 규제가 완화된 바 있다. 보건부는 재무부의 성급한 규제 완화로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지 주요 일간지 Yne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코로나 대응에 완벽하게 실패했으며, 다음 6개의 이유를 대응 실패의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1. 마스크 미착용
4월 26일부터 정부가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돼 있지 않다. 더운 날씨 탓인지 혹은 경찰의 느슨한 단속 탓인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턱에 걸치거나 아예 미착용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다수 목격됐다. 이로 인해 결국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고 이스라엘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연일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마스크는 누가 코로나19에 걸렸는지 혹은 감염자와 접촉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방책이다.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간과한 대가는 혹독했다.

2. 불량 마스크 사용
이스라엘의 덥고 습한 날씨는 정전기를 활용하는 보건 마스크의 효과를 크게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땀에 젖어버린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또한 마스크의 품귀 현상으로 인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천 마스크 사용이 확대된 것도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보건 마스크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3. 사회적 거리 두기 실패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거리 두기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찍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야외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로쉬하샤나(Rosh HaShana; Jewish New Year, 유대 신년), 수콧(Sukkot; Feast of Tabernacles, 장막절) 등 최대의 유대 명절을 맞아 밀집해있는 이스라엘인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거리 두기 실패가 코로나 이스라엘의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4. 너무 늦은 코로나 테스트 결과
코로나19는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 반응 검사는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있거나 코로나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바로 테스트를 받을 수 없다. 동선과 증상을 보고하고 신청 후 2~4일 후에나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검사 결과도 즉시 혹은 당일이 아니라 최소 4일 후에 나오기 때문에 골든 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전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며,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5. 역학조사 실패
그동안 역학조사는 이스라엘 보건부의 소관이었다. 총 27명의 간호사들이 100만 명(이스라엘 총인구 860만 명의 약 12%)에 달하는 감염 의심자의 역학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양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확진자와 접촉을 했으니 자가격리를 하라는 문자를 받은 사람 중에 실제로 그 장소에 가지도 않았던 사례들이 다수 보고됐고 사람들도 자가격리 문자를 오발송으로 치부하며 격리를 따르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역학조사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9월 20일 이스라엘 정부는 뒤늦게나마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위해 이스라엘방위군(IDF) 산하 민방위사령부(Home Front Command)에 역학조사를 위한 Task Force를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2500명의 조사관을 배치해 하루 2,000건을 조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재 이스라엘의 일일 확진자 수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두 번째 전국 봉쇄조치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총리는 부패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 국민들 대다수는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며 정부가 내놓는 대책을 더 이상 신뢰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그런 정부를 더이상 신뢰하지 못 하고 정부의 규제를 따르지 않는 국민, 바로 이 두 가지가 이스라엘이 코로나 전염병 대응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외세의 위협에 일치단결해 항전하는 강한 국민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질병의 위협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아쉬움이 남는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