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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 휘말린 '카카오모빌리티'...성사되면 모빌리티 업계 파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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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 휘말린 '카카오모빌리티'...성사되면 모빌리티 업계 파장 커

핵심 계열사 매각설에 업계·노조 '당혹'
티맵도 숨은 악재…단기적 성장동력 부족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만에 하나 매각이 성사될 경우 모빌리티 업계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만에 하나 매각이 성사될 경우 모빌리티 업계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만에 하나 매각이 성사될 경우 모빌리티 업계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를 위해 카카오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57.5%를 보유한 대주주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도 단숨에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카카오 노조는 전 계열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정대 카카오지회 카카오모빌리티분회 스태프는 "직원은 뒷전인 채 오로지 경영진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됐다는 사실에 분개한다"며 "IPO가 사실상 막혔으니 다른 방법으로 투자금회수를 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계열사 임직원 1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남궁훈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범수 센터장과 면담도 요구한 상황이다.

노조 반발이 확대되면서 카카오 측도 이를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카카오 노조와 긴급 회동을 갖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건 없다.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이 같은 주장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ICT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모빌리티 사업의 성장에 급제동을 걸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에서 서비스하는 콜택시와 대리운전 서비스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심항공교통(UAM) 사업도 추진하며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IPO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IPO 대어들이 잇달아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TPG컨소시엄은 올해까지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TPG컨소시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IPO를 철회한 다른 회사들에 비하면 성장세가 뚜렷한 편이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중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카카오 플랫폼 기타 부문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 카카오의 1분기 플랫폼 기타 매출은 3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했다. 이는 카카오 플랫폼 부문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에 해당한다.

그러나 카카오T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악재로 손꼽히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에 대한 문어발식 인수와 퀵서비스, 공유자전거, 택배, 렌터카 등 모빌리티 서비스 전 분야에 진출한 점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여론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8조5000억원에 이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높은 몸값은 아무리 사모펀드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노조 반발도 거센 상황이라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매각 대상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은 직원들의 반발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보다 단기간의 수익을 내는데 집중하는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동안 카카오T를 운영하면서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 노하우가 그대로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모빌리티 사업은 미래 먹거리인 만큼 AI와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티맵모빌리티에 이어 UAM 사업에 진출을 선언하고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지난달 출범한 카카오모빌리티 UAM 컨소시엄에는 GS칼텍스, 제주항공, LG유플러스, 파블로에어, 영국 버티칼 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합류했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 하더라도 모빌리티 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보면 UAM과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단기적 성장을 꾀하기에는 악재가 많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인 티맵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점유율 1위인 티맵을 바탕으로 SK텔레콤으로부터 분사한 회사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마찬가지로 콜택시 서비스인 '우티'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카카오T에 비하면 점유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티맵모빌리티는 UAM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최근 국토교통부의 UAM 상용화를 위한 정부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티맵모빌리티는 미국 조비항공,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당초 티맵모빌리티는 SK스퀘어의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늦게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IPO 시기를 2025년 이후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잇달아 IPO를 철회하면서 티맵모빌리티의 IPO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PO 시장 상황이 향후 수년 내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티맵모빌리티 역시 IPO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SK스퀘어는 최근 하형일 11번가 대표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임명하고 자회사 IPO와 투자유치를 전담하기로 했다. 기존 윤풍영 CIO는 반도체와 글로벌 투자에 전념한다. 하형일 CIO는 맥쿼리그룹 출신의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SK텔레콤 최고개발책임자(CDO)로 합류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주도했다.

SK스퀘어는 하 CIO를 임명해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IPO 실패를 만회하고 이어지는 계열사의 IPO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