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다른 서바이벌 예능에 있는데 '피지컬:100'에는 없는 것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다른 서바이벌 예능에 있는데 '피지컬:100'에는 없는 것

곳곳에서 보이는 차별화된 시도…해외 시청자 반응도 뜨거워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피지컬:100'이 심상치 않은 화제를 낳고 있다. 10일 기준 전체 회차의 절반 이상이 공개된 가운데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상위권에 자리 잡으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청자들까지 홀리게 하고 있다.

'피지컬: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만 하느냐', '우리나라에도 이런 피지컬을 가진 인물이 있다' 등의 메일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시즌2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이 같은 기세라면 시즌2가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특히 장호기 PD의 '인간에 대한 탐구' 열망을 반영한다면 다음 시즌은 보다 더 다양한 인종을 상대로 '최고의 피지컬'을 탐구하는 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한국 시청자들에게 '피지컬:100'은 흔한 서바이벌 예능의 하나로 보일 수도 있었다. 공개 전까지만 해도 '쇼미더머니', '미스터트롯'과 같은 서바이벌 예능의 하나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개 이후 '피지컬:100'은 다른 서바이벌 예능과 다르다는 게 단번에 인식이 됐다. 이것은 다른 서바이벌 예능의 포맷에 뭔가를 '더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뭔가를 '빼서' 나온 결과다. 그렇다면 다른 서바이벌 예능에는 있고 '피지컬:100'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 시기와 질투, 그리고 빌런

서바이벌 예능은 참가자들끼리 경쟁해서 이기는 쪽은 떨어지고 지면 탈락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경쟁의 과정에서 참가자들끼리 시기와 질투가 일어날 수 있다.

'피지컬:100' 1화와 2화가 공개된 첫 주 이후, 시청자들이 본 가장 이색적인 장면은 출연자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는 모습이다. 이는 이전의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본 적이 없는 장면이다.

이 때문에 당연히 시기와 질투의 최전방에 서서 기어이 '빌런'이 되는 참가자도 없다. 3화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박형근 선수와 김춘리 선수의 공 뺏기 게임 장면이 등장했고 박형근 선수는 한때 네티즌들에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치 박형근 선수가 3화부터 빌런이 될 기세였다.

그러나 3화 공개 후 이 같은 우려는 싹 사라졌다. 실제로 공 뺏기 게임에서는 두 사람의 대결 외에 남녀 성대결이 다수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여성 참가자가 남성 참가자를 이겨버리기도 했다. 특히 씨름선수 박민지가 거구의 럭비선수 장성민을 지목해 경기하는 장면은 장호기 PD가 꼽은 명경기 중 하나였다.

박형근 선수는 공 뺏기 이후 '빌런'으로 낙인이 찍힐 기세였다. 실제로 팀 경기를 위한 팀 선정 과정에서는 그는 1조 윤성빈 팀장부터 9조까지 어느 팀의 팀장에게도 선택받지 못하고 10조 장은실 팀장의 조에 합류했다.

마치 모든 팀장이 비호감으로 낙인찍고 버린 선수 같았지만, 이후 인터뷰와 경기에서 그는 그저 승부욕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게 증명됐다. 실제로 박형근 선수를 아는 사람은 그가 2014년 방송된 XTM '주먹이 운다'에서 '근자감 파이터'로 강한 비호감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그는 그저 남들보다 승부욕이 강할 뿐이고 이 작품은 기어이 편집으로 그것을 풀어냈다.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 악마의 편집, 그리고 자막

시기와 질투, 그리고 빌런을 만들어내는 모든 기술은 사실 '악마의 편집'에 의해 이뤄진다. 가만히 있는 무표정을 건방지거나 화난 표정으로 만들어버리거나 그냥 웃는 표정을 건방지게 웃는 표정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편집의 힘이다.

'피지컬:100'은 적어도 본편에서 참가자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악마의 편집을 하진 않는다. 문제의 3화 예고편이 악마의 편집이라면 편집일 수 있지만, 기어이 본편에서 이를 해결했다.

참가자의 캐릭터를 만드는 악마의 편집에는 자막도 한몫한다. 연출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미안', '이글이글', '불편' 등의 자막이 들어가 참가자의 감정을 정해버린다.

'피지컬:100'에는 연출자의 의도가 직접 개입해 참가자의 캐릭터를 결정짓지 않는다. 경기의 긴장감을 주는 편집은 있어도 참가자의 캐릭터를 결정짓는 편집은 하지 않는다. 그저 흐름대로 캐릭터를 결정짓고 서사에 맡겨둔다. 장호기 PD는 그것만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정작 '피지컬:100'은 서바이벌 예능 성공작인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만든 루이웍스미디어에서 제작했다. 장호기 PD와 MBC의 제작진, 여기에 루이웍스미디어가 합류하고 넷플릭스의 제작지원을 받아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스우파'에 있을 법한 몇 가지 요소가 없다면 서바이벌 예능의 문제점은 방송사 기획력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컬:100'. 사진=넷플릭스

◇ 연예인 패널, 그리고 PPL

서바이벌 예능에서 의외로 역할이 큰 사람은 연예인 패널이다. 이들은 심사위원이나 멘토 등의 이름으로 합류해 여러 코멘트를 한다. 이들의 멘트는 이야기의 완급조절을 하고 흐름을 매끄럽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리액션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도 그 리액션에 합류하게끔 유도한다.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도 하는 셈이다.

'피지컬:100'에서는 이런 역할을 과감히 빼버렸다. 참가자가 무려 100명이나 되는 만큼 이들에게 집중하기 위해 연예인 패널을 불필요한 요소로 판단한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국가대표와 전문 보디빌더, 특수부대원 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멘토 역할을 자처할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마 지상파,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형태로 패널이 합류했을 수 있다.

연예인 패널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PPL도 없다. PPL이 붙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제작투자한 만큼 PPL이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PPL이 들어갈 만한 장면도 있었다. 공 뺏기 게임이 끝나고 퀘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이 휴게공간에 모인다. 이때 처음 공개된 휴게공간에는 온갖 프로틴 파우더와 단백질 음식, 헬스기구 등이 있었다.

이때 상표를 충분히 부각하거나 추성훈, 심으뜸, 윤성빈 등 인지도 있는 참가자가 상표 보이게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면 PPL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추성훈은 맛있게 견과류를 먹을 뿐이다.

광고가 붙을 일이 없으니 당연히 "60초 후에 발표합니다"도 없다. 광고가 들어갈 만한 최적의 위치인 그 공간이 없이 연출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긴장감을 준다. 때로는 60초 후에 발표하는 대신 아예 회차를 끊어버려서 일주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어쩌면 진정한 악마의 편집은 회차를 끊는 타이밍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3번째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피지컬:100'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화제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도 그 반응이 폭발적인 만큼 시즌2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해외에서도 "우리 동네에 이런 피지컬이 있어요"라는 제보가 쏟아지는 만큼 다음 시즌은 '피지컬:100 월드리그' 정도의 이름이 되길 기대해본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