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리본은 일본 애니메이션풍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들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서브컬처 수집형 RPG'다. 넷마블이 올 8월 선보인 신작 전략게임 '그랜드 크로스: 에이지 오브 타이탄'의 뒤를 잇는 그랜드 크로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지스타에서 시연된 '데미스 리본'은 교전과 월드맵 탐사, 캐릭터들과의 대화 등 기본적인 콘텐츠를 대부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투는 '블루 아카이브' 등 유사 장르 인기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ATB(Active Time Battle), 이른바 '반 턴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고품질 3D 그래픽으로 전투와 컷씬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데미스 리본에서 가장 눈에 띈 캐릭터는 게임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한 '오딘'이었다. 북유럽 신화 속 외눈의 지혜의 신이 분홍머리의 소녀로 재해석됐다. 남자 주인공 '커넥터'를 타박하면서도 은근히 걱정하는 '츤데레'적인 성격 또한 눈에 띄었다.
시연장에서 만난 업계인들도 하나같이 오딘 등 데미스 리본의 캐릭터들을 칭찬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디 게임 개발자는 "미소녀 하면 흔히 떠오르는 금발, 흑발 주인공들을 내세운 게임들만 보다가 안대 낀 분홍색 꽁지머리 여주인공을 내세운 게임이 있으니 저절로 눈에 띄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시연자는 데미스 리본에 대해 "지스타에 전시된 서브컬처 게임 중 가장 '덕력'이 높은 디자이너들이 있을 것 같은 게임"이라고 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스타 전시 참가사 관계자는 "시연해본 게임들 중 캐릭터성만 놓고 보면 넷마블이 톱"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딘 외에도 데미스 리본에는 다양한 신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일본 신화 속 여우신 '이나리', 메소포타미아의 '엔키두'는 물론 한국 웹툰 '신과함께'의 캐릭터 '해원맥'도 눈에 띄었다. 시연 버전 기준 주요 빌런으로 등장한 그리스 신화 속 불화와 질투의 여신 '에리스' 역시 눈길을 끌었다.
넷마블은 데미스 리본 현장 시연을 위해 일반적인 크리에이터들과 더불어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을 섭외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스타 현장에선 개막일인 16일에는 멤버 '릴파'가, 18일에는 '주르르'가 모니터 속에 등장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이세계아이돌은 2021년 12월 오리지널 곡 'RE:WIND'와 함께 데뷔한 6인조 걸그룹이다. 멤버 전원이 29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 중인 인기 크리에이터들로 그룹명을 세글자로 줄여 '이세돌'로 불리기도 한다.
넷마블 측의 발표에 따르면 16일 릴파의 데미스 리본 시연 방송은 트위치로 동시 송출됐으며 1만2000명 이상의 동시 시청자들이 몰렸다. 당일 한국 트위치 방송에서 가장 높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방송으로 기록됐다.
현장에서 만난 1인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버튜버 시청자층과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층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게임 방송을 통해 버튜버와 서브컬처 게임 모두 인기를 얻는 '윈 윈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며 "데미스 리본은 '이세돌이 사전 시연했던 게임'이란 타이틀을 얻은 것 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평했다.
데미스 리본이 출시 전부터 주목받음에 따라 자연히 '그랜드크로스' IP 전체에 대한 관심도도 증가할 것으로 짐작된다. 지스타 시연 버전 기준으로 데미스 리본에는 시리즈의 첫 작품 '에이지 오브 타이탄' 속 캐릭터 '세크메트'가 등장한다.
박헌준 넷마블 데미스리본 프로듀서(PD)는 지스타 기자회견에서 "세크메트 외 여러 캐릭터가 동일하게 등장하고 서사적으로 겹치는 면도 있다"며 "이러한 설정들을 게임 속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했다.
넷마블은 앞서 언급한 에이지 오브 타이탄 외에도 차기작으로 소셜 메타버스형 게임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를 준비하고 있다. 메타월드의 공식 버튜버 '리나(RINA)' 또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미스 리본의 출시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박헌준 PD는 "오리지널 IP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게임 하나를 넘어 IP와 세계관 전체의 팬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며 "단순히 이쁜 것을 넘어 메력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세계의 누구에게든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