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 2400 좋다"지만 소비자는 '불만'

삼성전자가 지난 18일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의 초반 반응이 좋다. 공개 다음 날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 1주일 동안 총 121만 대 예약판매량을 기록했다. 예약판매량으로는 역대 2위 성적이다. 2019년 갤럭시 노트10이 138만 대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때보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예판 기록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 모델보다는 플래그십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번 예판에서도 그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삼성전자 자료에 따르면 예판 결과 갤럭시 S24 울트라가 전체의 60%를 차지했으며 S24 플러스가 21%, S24가 19%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S24 울트라의 예판 결과가 좋은 이유로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AP를 꼽고 있다. 갤럭시 S24는 국내향 모델의 경우 S24와 S24플러스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400이, 그리고 S24 울트라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셋이 사용됐다. 퀄컴 칩셋에 대한 성능 선호도가 높기에 어쩔 수 없이 S24 울트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개의 AP를 병행하는 정책에 대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엑시노스 2400은) 1년 전부터 기획한 수준으로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면서 "부분 검증으로 이 점이 확인됨에 따라 자신감 있게 새 모델에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갤럭시 S24 울트라에만 퀄컴 칩셋을 사용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갤럭시 S24 출시 이후 여러 사용자들 사이에서 테스트한 결과 게임 속 오브젝트가 늘어나는 신에서 갤럭시 S24와 S24플러스의 프레임 저하가 나타났고, 전력 소모도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보다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벤치마크 결과만 놓고 보면 두 칩셋 간 성능 차이가 거의 없지만 장시간 실사용하는 경우에는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IT 리뷰 전문가 골든리뷰어(@Golden_Reviewer)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4, S24플러스 글로벌 버전에 탑재된 엑시노스 2400의 GPU 성능, 전력 소비, 효율성 테스트 결과를 공유한 데 이어 엑시노스 2400과 디멘시티 9300의 CPU 성능, 전력 소비, 효율성 테스트 결과를 추가로 게시했다. 테스트 결과 엑시노스 2400(Cortex-X4 3.2GHz)의 와트당 평균 파워(Avg Power/Watt)는 7.34, 경쟁사 제품인 디멘시티 9300(Cortex-X4 3.25GHz)는 4.30을 기록했다. 또 전력효율(Efficiency) 엑시노스 2400(Cortex-X4 3.2GHz)이 8.78인 데 비해 디멘시티 9300(Cortex-X4 3.25GHz)는 14.77을 기록했다. 여기서 평균 파워는 낮을수록 좋고, 전력효율은 높을수록 좋다.

이 같은 주장이 맞다면 국내 소비자들만 같은 값에 효율이 낮은 칩셋을 사용하는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고심도 이해는 간다. 엑시노스를 포기한다면 퀄컴과의 협상력을 잃게 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엑시노스가 있어야 퀄컴 칩셋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엑시노스의 성능이 보다 높게 나타난다면 엑시노스만 탑재할 수도 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삼성전자에는 유리하다. 그렇기에 같은 'S24' 넘버인데도 다른 두뇌가 탑재되는 이 같은 사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