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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해보고 공약 냈나"…총선 앞두고 시큰둥한 게이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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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해보고 공약 냈나"…총선 앞두고 시큰둥한 게이머들

양당 게임 공약, 실질적 정책은 '지역·e스포츠'에 편중
최근 e스포츠 화두 장기 적자·디도스 관련 대책 '전무'
'친게임' 의원 줄줄이 컷오프…"어디에 표 줘야 하나"

2023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전시 행사 '지스타 2023' 개막식 전경.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전시 행사 '지스타 2023' 개막식 전경. 사진=이원용 기자

콘텐츠 수출 산업의 중핵으로 꼽히는 게임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주요 양당의 정책 모두 실제 산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친게임' 국회의원들마저 후보에서 낙마해 게이머들의 표심이 갈 곳을 잃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모두 총선 공약으로 'K-콘텐츠 육성'을 중요하게 다뤘다. 만화와 웹툰, 영상 산업은 물론 게임 산업 관련 공약 또한 연달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용자 친화적 게임·e스포츠 환경 구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게임 핵 없는 환경 구축 △지역 균형 e스포츠 향유 여건 구축 △제도권 교육 강화를 통한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취향저격' 7대 공약을 게시했다. 불법 암표 근절, 주차 방해 문제 강력 처벌, 전기차 충전 시설 확대 등의 내용과 더불어 △'게임 중독 질병 코드 등록' 관련 근거가 되는 통계법 개정 △인디 게임 플랫폼 활성화 △불공정 게임 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선거를 앞두고 올 2월, 양당을 포함해 총선에 참여하는 국내 주요 정당에 게임 관련 정책 공약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최근 이에 대한 답변을 취합·평가한 협회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밝힌 게임 정책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공약은 대부분 e스포츠, 지역 시설에 집중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회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진보당은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새진보연합, 조국혁신당 등은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게임이용자협회의 1대 협회장을 맡게 된 이철우 변호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게임이용자협회의 1대 협회장을 맡게 된 이철우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e스포츠는 게임을 보는 콘텐츠로서 산업 진흥책과는 별개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e스포츠와 지역 발전에 게임 공약이 집중한 것은 체육 진흥 정책의 내용이 올림픽 등 세계대회 유치, 프로대회 육성으로만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e스포츠 공약에 있어서도 최근 문제가 된 구단들의 장기적인 적자 문제, 디도스(DDoS) 공격 빈발 등에 대한 대책은 거론되지 않았다. 국내 게임 스트리머와 프로게이머들은 지난해 말부터 디도스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인해 접속 오류 등을 겪어왔다.

올 2월에는 디도스로 인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생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방송 중 여러 차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솔로 랭크 연습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며 공평하지 못한 연습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이머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의정 활동, 업계 개선에 힘을 보태온 '친게임' 국회의원들이 후보에서 낙마한 점 역시 악재로 꼽힌다.

e스포츠 분야에서 부당 대우를 받은 선수들을 위해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직 위원장으로 게임 관련 법 입법 활동에 앞장서온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의원 모두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에서 공천 배제(컷오프)됐다.

이 때문에 게이머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게임은 빈말뿐", "정책, 공약 내놓은 이들 중에 게임 제대로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임 공약만 놓고 보면 어디에 투표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는 등 비관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게임이용자협회는 각 정당의 게임 정책 평가 이후 각 정당에 대해 게임 정책 제안서를 공개할 전망이다. 이철우 협회장은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가 게임이 문화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써주길, 또 게이머들이 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