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0월 임기 만료 전 퇴진설 부상…본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임기 채울 것" 공개 천명
마크롱·메르츠, 극우 대선 전 후임 인선 선점 노려…ECB 정치 독립성 훼손 논란 확산
차기 총재 후보 이미 거론…유럽 통화정책 리더십 교체 변수 부각
마크롱·메르츠, 극우 대선 전 후임 인선 선점 노려…ECB 정치 독립성 훼손 논란 확산
차기 총재 후보 이미 거론…유럽 통화정책 리더십 교체 변수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조기 사임설을 정면으로 일축하며 2027년 10월 임기 만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라가르드 총재 단독 인터뷰를 보도하며, 그가 "임기를 끝내는 것이 나의 기본 목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시각 18일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사임 계획을 보도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박성 발언으로, 유럽의 통화 권력 지형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불을 지폈다.
왜 지금 사임설인가…마크롱의 '인사 선점' 계산
대선에서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연합(RN)이 집권할 경우, ECB 총재 후임 인선에서 극우 성향의 인물이 힘을 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기 사임설의 핵심 배경이다.
이런 맥락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대선 전에 스스로 물러나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가 후임 인선을 주도할 여건을 만들어주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ECB 총재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이 공식 선임하지만, 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이 협상을 사실상 이끈다.
라가르드 총재 본인도 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을 EU 집행위원장에, 라가르드 총재를 ECB 총재에 앉히기로 맞교환 합의한 결과로 취임한 바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전 ECB를 비롯한 유럽 주요 기관 요직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읽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ECB 집행이사회의 필립 레인(Philip Lane)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 이사의 임기도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어 ECB 지도부의 동시다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라가르드 "유로화 지키는 게 사명"…독립성 훼손 논란은 반박 못 해
라가르드 총재는 WSJ 인터뷰에서 자신의 임무를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유로화 위상 강화로 규정했다. "그 사명을 완수하는 데 임기 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FT 보도 내용에 대한 직접 확인은 피했고, ECB도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 관련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서면 입장을 냈으나 보도 내용을 정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임기 후 행보에 대해서는 세계경제포럼(WEF) 수장직이 "여러 선택지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ECB의 정치 독립성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ECB는 매우 신뢰받는 기관이고, 나도 그 신뢰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직접 답변을 우회했다.
피크테 자산운용(Pictet Wealth Management) 거시경제 리서치 총괄 프레데리크 뒤크로제(Frederik Ducrozet)는 WSJ에 "이런 방식은 포퓰리즘 정당의 비판을 더 부추길 위험이 있다"면서 "ECB를 포퓰리즘 압력에서 보호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Jordan Bardella)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라가르드 총재직을 포함한 유럽 주요 보직 선점 시도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공개 비판했다.
차기 ECB 총재 후보군도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FT가 지난해 12월 유럽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Pablo Hernández de Cos)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와 클라스 노트(Klaas Knot)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 후보로 꼽혔다.
슈나벨 이사와 요아힘 나겔(Joachim Nagel)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 총재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029년까지 재임하는 상황에서 ECB 총재까지 독일 출신이 맡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를 채우든 조기에 물러나든, 유럽 최고 통화기관을 둘러싼 각국의 물밑 협상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