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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과실 나눌 때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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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과실 나눌 때 답이 보인다!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 기자] 세월호 사태가 사회 곳곳에서 우리들에게 ‘바꾸라!’고, 그리고 ‘바뀌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현재가 심상치 않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경기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고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던 정부와 한국은행, 국책연구기관들까지 올해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 와중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지난 주 출범했다. 최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몇 차례 언명을 통해 이미 그의 성장주의 철학을 노정했다. 경제 활성화 카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부동산 부양책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교육·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에서 규제를 없애겠다는 계획도 그가 성장론자라는 증거다.
과도한 기업 사내유보금에의 과세,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임금으로 쓰는 기업에 혜택,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나서 잠시 정체성 혼란을 느끼게 했지만 그는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을 통해 모든 문제를 풀겠다는 전형적인 성장론자다.

하지만 지금 성장, 특히 기업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거의 흘러들지 않는, 소위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의 상실상태에서 대기업 중심의 기존 성장정책을 강화하고 그러면서 가계의 소득까지 늘려보겠다는 정책은 의욕만 넘치는 비현실적 생각이다.

한국경제가 이미 저성장 기조로 들어섰고 저성장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최 부총리의, 한계가 보이고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단기 경기부양보다는 가계부채 해소와 내수형 경제 유도 등 내실에 충실하는 장기 경제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떤 원인에 의해, 어떤 경로로 발생했는지 고민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었다면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단견을 그리 쉽게, 또 당당하게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폭발 직전의 심각한 상황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액은 330.2조원에 달한다. 이 중 69%에 달하는 228조원이 원금 없이 이자만 납입하는 경우이며 그 44%를 차지하는 일시상환대출의 70%, 721000억원이 올해와 내년 중 만기가 도래한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이 만기연장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자를 올리는 경우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무려 95%에 달했던 대출 만기 연장률은 최근 89%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심각한데도 최 부총리가 대출 규제를 완화, 가계가 추가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매우 위험한 정책을 시도한다면 이는 큰 실책을 남을 것이다. 성공하면 자산거품으로 빈익빈 부익부만 더 심해지고 실패하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안 하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다.
한편 가계 부채는 사상 최고지만 기업소득 증가율이 가계의 두 배에 달하는 등 기업과 가계의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법인의 총처분가능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9.4%로 개인(5.5%)의 두 배 가까이 됐다. 30대 그룹 현금성 자산은 200837조원에서 2013158조원으로 327% 증가했고 지난해 6월말 현재 국내 10대 그룹 82(금융사 제외) 상장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으로 2010년말 331조원보다 43.9%(146조원)나 늘었다. 사내유보율도 1376%에서 1668%292%p 상승했다. 기업들이 번 돈을 잔뜩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는 동안 가계는 늘지 않는 소득과 늘어나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993000억원으로 4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가계는 쓸 돈이 없고 기업은 쓸 곳이 없어 쌓아두는 동안 소비심리는 최악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승수는 19.4배로 관련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1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돈이 안돌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내수가 죽어있으면 개인, 기업, 국가 모두 발전에 한계를 보인다. 기업 소득이 임금 상승이나 고용 등을 통한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져 내수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기업의 잉여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IT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