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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포스코의 기업시민 정신…비인기 스포츠종목에 아낌없는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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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포스코의 기업시민 정신…비인기 스포츠종목에 아낌없는 지원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 한국 이준서(왼쪽 두번째)가 질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 한국 이준서(왼쪽 두번째)가 질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0~70년대의 겨울은 정말 추웠다. 매년 한강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매웠다. 한강이 얼면 아이들은 널빤지로 만든 조악한 썰매를 쇠꼬챙이로 찍어가며 얼음을 지쳤다. 언니들이 썰매에 걸터앉은 동생을 밀어주던 정겨운 모습은 아련한 추억이다.

간혹 검정 가죽구두에 은빛의 칼날을 부착한 스케이트를 지치는 광경도 목격됐다. 엄청 부러워서 가던 길을 멈추고 넋 빠진 사람처럼 구경하던 기억이 새롭다. 스케이트의 대중화는 '세이버'와 '전승현'이란 스케이트가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화 되면서 시작됐다. '전승현 Z'상품이 2천5000원 정도했다. 1965년도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35원이었으니 스케이트 한 켤레를 사려면 자장면 714그릇의 값을 치러야 했다.
그 당시, 스케이트를 지칠 만한 시설은 거의 전무했다. 서울 인근의 논과 밭에 물을 채워 빙판을 만들면 그곳이 스케이트장이 되었다. 겨울 방학의 주된 놀이는 허허벌판의 논밭에서의 얼음 지치기였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한국인들의 스케이트 사랑은 동계올림픽의 강국이 되는 단초를 만들었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중년의 가장들은 어린 시절에 얼음지치기 하던 옛날을 회상하면서 베이징올림픽에서 흥미를 찾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불참한 탓인지 재미도 덜하고 이해가 안가는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한다.

한국은 쇼트트랙 부문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왔다. 쇼트트랙 경기는 스릴만점이다. 선수가 코너링 할 때면 관전하는 사람도 몸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움찔 거리게 한다. 선수가 반원을 돌면 보는 이의 몸도 같이 돌게 된다. 그러다가 선두를 달리던 한국선수가 뒤따르던 외국선수와 부딪쳐 빙판에서 나뒹굴면 "저런 000"이란 육두문자가 튀어 나온다.

반대로 후미에서 치고나온 한국 선수가 1등으로 골인하게 되면 화들짝 환호를 터트리는 맛이 그만이다. 불협화음의 행태는 7일 저녁에 열린 남자 쇼트트랙 경기 준결승에서 목격됐다. 3명의 한국선수가 다 이겨 놓고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결승행에 한 명도 오르지 못했다.

스케이트 날에 스피드를 더하느라 4년 동안 모진 고생을 한 선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낙담을 할 것인데…. 생각할수록 베이징 올림픽의 이면이 추악해 보인다.

동계올림픽의 꽃은 피겨스케이팅이다. 여자 선수들의 동작은 마치 학이 춤추듯 우아하다. 원을 돌다가 불연 듯 공중으로 튀어 올라 회전할 때는 숨을 멈추게 한다. 트리플 점프만 해도 신기에 가까운데 4회전 동작을 거침없이 해내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은근히 중계방송시간이 기다려지고, 인간이 극복해낸 기술의 한계가 어디쯤인지 꼭 지켜보고 싶어진다.
봅슬레이는 긴박감을 더한다. 썰매에 온몸을 실어 얼음장을 내쳐 달리는 모습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봅슬레이 썰매는 엔진도 없고 브레이크도 없다. 커브 돌때의 압력은 중력의 4배나 된다. 저렇게 누워서 달리다가 뒹굴면 크게 다치겠다는 걱정은 기우이다. 선수들은 속도 경쟁에 서 이기기 위해 썰매를 '무겁게 더 무겁게' 외치지만 630㎏(남자 4인승 기준)을 넘지 못한다. 무게와 속도 그리고 칼날의 견고함과 마찰력이 강할수록 메달을 거머쥘 확률이 높아진다.

스케이트의 원조는 기원전 3000년경 핀란드인이 동물 뼈로 만든 물건 이동용 스케이트라고 한다. 러시아 파닌의 학설이다. 이 스케이트가 급진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철을 썰매나 신발의 밑바닥에 날로 착용하게 됐고, 13세기 네덜란드인들은 나무 바닥에 쇠 날을 끼워 스케이트를 만들었다. 스케이트가 빙상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스코틀랜드에서 철제 스케이트가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우리나라에 스케이트가 활성화 된 것은 90년대 초반이다. 스케이팅 전용시설은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이 유일했다. 최초의 스케이트장이 생긴 것은 1912년 경성일보사가 만든 서울 용산 부근의 빙활장이다. 그러다가 1921년 12월 명동부근에 스케이트장(조선체육협회)이 개장되고부터 스케이트는 대중화되었다.

빙상용 스케이트는 날이 중요하다. 스피드용은 날이 길고 얇으며 얼음과 스케이트의 날이 닿는 부분이 직선적이고 길다. 피겨스케이트는 날이 짧고 양끝이 휘어져 있다. 아이스하키용은 빠른 속도와 급회전을 위해 스피드용과 피겨용의 장점만을 채택하여 날이 약간 길고, 조금 휘어져 있다.

스케이트의 날은 스테인리스로 구성되었지만 날(블레이드)을 감싸고 있는 둥근 봉의 튜브(프레임)는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다. 스케이트 날은 체격 조건과 주력 종목에 따라 각각 다르게 선택된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썰매가 포인트이다. 경량 썰매는 고망간 방진강, 마그네슘 합금, 특수 열처리된 스테인리스스틸 등 최첨단 소재로 만들어진다. 이 소재들은 포스코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스케이트 날 시장은 철강기업이 나서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

철강과 인연이 깊은 동계올림픽은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으로 적격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월 24일 인천 송도 사옥에서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과 2026년 동계올림픽까지 총 12억 원을 후원하는 체결식을 가졌다.

철강기업 포스코는 동계올림픽의 비인기 종목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후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철강기업 포스코는 동계올림픽의 비인기 종목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후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포스코가 봅슬레이·스켈레톤에 후원해 온 것은 이 종목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이전인 2011년부터라고 한다. 인지도가 낮은 스포츠여서 기업체의 후원이 단 한곳도 없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선수단에 감명을 받아 후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까지 약 35억 원을 지원해 왔다. 썰매 구입비용과 해외 전지훈련, 대회 참가 지원 등 훈련환경 개선과 경기력 향상을 적극 도왔다.

임직원과 자녀들로 구성된 응원단도 구성했다. 훈련장 방문을 비롯해서 응원 손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덕분인지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과 4인승에서 각각 2팀, 여자 모노봅(1인승)에서 1명이 출전한다. 스켈레톤은 남자 2명, 여자 1명이 출전한다. 남자 스켈레톤의 간판 윤성빈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철을 만드는 포스코가 철을 소재로 제작된 스케이트와 썰매를 통해 속도 경쟁을 벌이는 선수단에게 아낌없이 지원하는 모습은 사회공헌활동의 모델이 될 만하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름답다. 그게 너다"라는 시 구절과 포스코가 닮았다. 기업도 시민이란 포스코의 사회공헌활동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람을 영글게 하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조물의 지주역할을 하는 철강재처럼, 인기 없는 스포츠를 묵묵히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이 더 널리 퍼져야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