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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과감한 승부수…배터리 3강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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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과감한 승부수…배터리 3강 흔드나

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롯데정밀화학, 배터리 중심 사업 전환
1년 새 투자금액만 7700억원, 해외 설비투자는 별도 진행 중
전기차 전환 나선 완성차 후발업체, 배터리 전략 파트너로 관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 화학 관련 계열사들이 모두 배터리 사업에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난해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양극박(1200억원), 음극박(2900억원), 전해액 유기용매(3000억원), 탄소포집설비(600억원) 등 관련 사업에만 이미 7700억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미국에서는 1조원을 들여 배터리 소재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롯데그룹의 배터리 사업의 선봉장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소재와 전해액 생산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원료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을 양산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생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규모를 더 키울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분리막용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8000t을 판매했으며, 올해에는 2만t을, 오는 2025년까지 10만t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전해액과 관련해서는 전해액 원가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유기용매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지난 2월 7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6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전해액 유기용매는 현재 전량 수입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해액 유기용매 원료인 고순도 에틸렌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카보네이트(DMC)를 내년부터 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미국에는 배터리 소재 공장을 신설키로 결정했다. 2025년 상업화를 목표로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전문회사를 세운 후, 북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자리한 롯데케미칼 미국법인인 LC USA 인근이 유력한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LC USA는 에틸렌 생산 공장으로 연 100만t의 생상능력을 150만t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폭발 위험이 없는 영국의 바나듐이온배터리 제조업체인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바나듐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이 원천 차단된 배터리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2011년부터 바나듐, 아연흐름전지 등 ESS(에너지저장장치)용 2차전지 소재를 연구해왔는데, 2019년부터는 바나듐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전해액 사업을 준비했다. 바나듐이온배터리는 향후 전기차충전소와 UAM(도심항공교통) 및 재생에너지 등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도 배터리 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롯데알미늄은 당초 알루미늄박, 약품·식품 포장재 등을 생산했지만, 최근 양극박 생산능력을 2만9000t 규모로 확대하면서 배터리용 양극박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여기에 헝가리 공장에도 11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양극박 시설 확보에 나섰다. 양극박은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만들 때 사용되는 원료다.

롯데정밀화학은 음극재 소재인 음극박 생산에 나선다. 이를 위해 음극박 생산기업인 솔루스첨단소재를 29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 등이 모두 배터리 중심 사업 전략으로 재편되면서 관련업계는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원료부터 소재, 전해액, 배터리, ESS에 이르는 수직구조를 갖출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지난 2020년 롯데대산공장 폭발사고 이후 주력업종이던 유화산업을 한동안 쉬고 있을 당시에 미래전략을 제대로 고민한 결과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산공장 재가동 이후인 지난해부터 곧바로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배터리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을 결정한 시기도 좋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공격적인 공급전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존 배터리제조사들이 글로벌완성차업체들과 이미 손을 잡고 있어, 파트너를 찾지 못한 후발업체 입장에서 롯데케미칼은 굉장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그룹 배터리 사업이 본격화되는 2025년 이후에는 LG에너지솔류션·SK온·삼성SDI의 ‘배터리 3강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비롯한 2차전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한 롯데그룹의 배터리사업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롯데대산공장(사진)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전해액 내 유기용매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전해액용 유기용매는 현재 전량 수입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이미지 확대보기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롯데대산공장(사진)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전해액 내 유기용매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전해액용 유기용매는 현재 전량 수입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그래서일까. 신동빈 회장의 지원도 든든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롯데정밀화학 주식 77만4000주(600억원 규모)를 전격 사들였다. 롯데케미칼의 지배력을 강화해 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주도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에는 김교현 화학부문BG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대산공장 화재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지만 김 부회장에 대한 신뢰를 승진으로 보여준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사업 부문에서만 매출액 10조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