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8곳의 국가에서 76곳의 업체들이 다양한 SMR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중반 이후 신재생에너지가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지만, 들쑥날쑥한 발전량으로 인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자력발전이 대안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W-SMR 등 20여종의 원자로가 이미 개발 중이다. 이중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아이다호 주변에 12기의 SMR을 설치하고 실증사업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지난 2020년 10월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 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키로 하면서 SMR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드러냈다.
영국도 롤스로이스와 함께 2050년까지 약 45조원을 투자해 SMR 16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중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논의 중이다.
체코와 폴란드도 대형급 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특히 폴란드는 2043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원전 6기를 건설하겠다는 '에너지 종합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중에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부터 2년마다 원전 1기씩을 추가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SMR을 비롯한 원전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의 합작 및 기술제공 등을 통해 SMR에 대한 관련기술 및 노하우 습득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손을 잡고 SMR 건설에 필수적인 기자재들을 만들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파워의 SMR 핵심 기자재 제조 및 납품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양한 원전 관련 기자재를 납품하고 이에 대한 관리 및 보수를 해낼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뉴스케일파워의 SMR동맹에 합류했다. GS에너지는 발전소 운영, 삼성물산은 발전소 시공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은 뉴스케일파워와의 SMR 사업 공동추진에 나서며 "뉴스케일파워의 SMR 기술력과 한국의 우수한 원전·발전 사업역량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을 통해 SMR 사업에 나선 삼성그룹은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SMR 사업에도 발을 걸쳤다. 덴마크 소재 시버그사와 손을 잡고 해상부유식원전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이다.
시버그사는 ‘열 용융’이란 새로운 방식의 SMR을 개발해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운영 중인 해상부유식원전을 지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시버그사가 개발한 SMR을 지탱하고 운반할 부유시설을 건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3월 SMR 인재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그린에너지 신사업 발굴과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SMR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삼성그룹이 SMR 사업에 직접 나설 수 있음을 시사 하는 대목이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미국 테라파워와의 SMR 사업 참여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SMR 투자를 주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과 SK㈜는 테라파워에 지분투자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테라파워는 2006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했는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이 회사에 투자해 주목받았다. 테라파워는 우라늄 기반의 원자로 대신 토륨을 활용해 원자로를 제공하는데,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도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이렇듯 국내 대기업들이 SMR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진행 중인 SMR 사업은 현재로선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10월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을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해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혁신형 SMR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총 5823억원을 투자해 기술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 사업에는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BHI 등이 참여 중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SMR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진행 중인 SMR 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면서 “SMR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