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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쓸 거니까 '프리미엄 가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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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쓸 거니까 '프리미엄 가전' 산다

경기 불황에도 고급화 전략은 더욱 활성화
빌트인, 디자인, 기술 등으로 프리미엄 전략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스포크 홈 2022(Bespoke Home 2022)' 글로벌 행사에서 2022년형 '비스포크 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스포크 홈 2022(Bespoke Home 2022)' 글로벌 행사에서 2022년형 '비스포크 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가전에도 명품이 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이나 옷은 그 품질과 디자인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가전도 마찬가지.

다른 물건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를 고려해 구매하는 사람도 가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많다.
가전은 한 번 사면 최소 10년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랜 시간, 잦은 빈도로 사용하는 제품이니 가격보다 품질, 서비스 등의 면에서 최고를 고르는 것이 돈값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한다.

가전업계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실내 인테리어의 부흥과 함께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방역 완화와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등으로 소비 목록에서 뒤로 밀려나 재고가 쌓이는 위기를 맞았다.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나섰다. 고소득층의 구매력은 이러한 경기 불황에 큰 영향이 없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이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 구매력이 높아지고 경기 불황에도 명품 소비는 위축되지 않고 되려 활성화돼 가전의 프리미엄화는 더욱 성공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의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32.5% 증가하는 등 고급화 전략은 성공했다.

여기에 보여주고 보이는 것에 민감한 세대가 주 구매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프리미엄 가전의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가전의 긍정적인 전망엔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인 '플렉스(FLEX)'와도 한몫했다. 바디프로필, 파인다이닝과 같은 가벼운 플렉스를 시작으로 명품, 시계, 차보다 더 상위 플렉스가 인테리어, 가구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단발적인 소비로 그 제품 하나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만 인테리어와 가구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가장 비싼 집부터 다른 제품들과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져야 해 최상위 플렉스가 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프리미엄 가전의 기준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의 핵심은 '빌트인'이다"며 "코로나19로 인테리어 업체와 가구 업체가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빌트인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물려 가전업계가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하고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밀레 냉장고. 사진=밀레 홈페이지 캡처
밀레 냉장고. 사진=밀레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엄 가전에서 첫 번째로 거론돼야 하는 곳인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는 빌트인의 선두주자다. 밀레는 1899년 크림 분리기를 시작으로 1910년에 전기모터를 탑재한 세탁기를 출시했던 100년 전통의 가전업체다.

밀레는 가장 저렴한 냉장고도 400만원대 시작으로 200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초고가로 일반 소비자들에겐 진입장벽이 높아 다소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벽을 낮추고자 밀레는 라이브 커머스 등으로 젊은 세대와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밀레 관계자는 "밀레가 한국의 빌트인 가전의 시초"라며 "빌트인 라인업은 여전히 밀레가 옵션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밀레의 모든 모델이 세분화돼 세미 빌트인부터 완전 빌트인을 제공하고 밑에 걸레받이 부분을 자르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걸레받이는 벽과 바닥을 이어주는 몰딩의 한 종류로 이 부분을 자르지 않으면 중간에 끊기는 부분 없이 전체적인 통일감이 생긴다. 이 디테일로 가전이 다른 장들과의 조화를 높인다.

밀레 관계자는 "여기에 20년 내구성 기준으로 테스트를 하며 부품도 단종되면 출시 이후 15년~20년정도 보관해 고장나더라도 안심하고 교체할 수 있다"며 "제품 대부분이 자체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생산 공장 대부분이 독일 유럽지역이다 보니 품질관리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프리미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본점에 위치한 '데이코 하우스'에서 럭셔리 빌트인 가전 '데이코(Dacor)'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본점에 위치한 '데이코 하우스'에서 럭셔리 빌트인 가전 '데이코(Dacor)'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북미지역의 대표 럭셔리 가전 브랜드인 '데이코'를 2016년 인수했다.

지난달 주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데이코와 슈퍼 프리미엄 라인인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체험할 수 있는 '데이코 하우스'를 오픈했다. 데이코는 인테리어의 통일성을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구매할 때 가구와 한 세트로 '트루 빌트인'이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은 지난 2월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슈퍼 프리미엄 주방가전으로 최고의 성능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고객을 위한 전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제조 부문에서는 핵심 제조공정에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인피니트 전담팀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며 더욱 편리한 제품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원도어 냉장고 기준으로 비스포크 라인이 100~200만원대, 인피니트 라인은 원도어 500만원대, 데이코는 1000만원 이상이다.

이러한 프리미엄 가치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은 기능은 기본으로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로 설명할 수 있다"며 "무엇이 좋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아는 명품 잡화처럼 '인피니트', '데이코' 이름만으로 그 가치를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성제품만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스포크는 다양한 조합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한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이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최대 규모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했다. 사진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 인덕션 등이 설치된 쇼룸 1층의 라이브 쿠킹 존.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이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최대 규모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했다. 사진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 인덕션 등이 설치된 쇼룸 1층의 라이브 쿠킹 존. 사진=LG전자


LG전자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으로 가전업계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시그니처 치킨 스위트는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 참여했는데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전시 부스를 직접 챙길 만큼 주력으로 밀고 있는 브랜드다.

이러한 빌트인 브랜드에 더해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UP가전'과 '혁신적인 기술'"이라 강조했다.

LG UP가전은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지속해서 추가해 늘 새것처럼 쓸 수 있는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은 LG 씽큐(LG ThinQ) 앱의 ‘UP가전 센터’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그는 "LG전자가 화두로 던진 UP가전이 하나의 트렌드로가 돼 (가전을 업그레이드하는 트렌드를) 다른 업계에서도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냉장고 기준으로 LG전자의 일반 냉장고는 20~100만원대, 오브제컬렉션은 100~600만원대이며 LG시그니처는 9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21조1114억원, 영업이익 1조8805억원이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이러한 실적의 1등 공신을 프리미엄 가전으로 보았다. 올레드 TV와 LG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으로 여러 경영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