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찰청 청사 앞서 호소문 배포 “불법행위 철저 수사” 요구
협력업체협의회도 상경,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별도 집회 열어
“조업 중단시킨 최악의 사태…사태 해결 절박” 12일에도 호소문 배포
협력업체협의회도 상경,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별도 집회 열어
“조업 중단시킨 최악의 사태…사태 해결 절박” 12일에도 호소문 배포

혹시라도 모를 사태를 대비해 사복 경찰 다수가 현장에 나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무전기로 보고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전 집회 신고를 했고, 직원들이 구호를 하지 않은 채 호소문만 나눠주자 경찰도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사측은 3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하고 사전 예고했으나 오전 7시를 넘어서도 한 두명 씩 직원이 참여해 40명이 넘는 인원이 찾아 왔다.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수가 400여명이라고 했으니, 10분의 1이 이 자리에 선 것이다.
경찰청 청사와 서대문 경찰서가 이웃해 있는 서대문로 거리는 시민들의 이동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조용하다. 수십m 옆에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이 있지만, 경찰청 쪽은 조용한 편이다. 사실을 알리기에는 효과가 미치지 못해 보였다.
굳이 이 자리를 택한 이유가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홍보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주된 목적은) 경찰청 경찰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남해 끝자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중대함을 서울 본청 직원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무소 직원이 출근을 잠시 미루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왔다.
이들이 시내에서 시민들을 만난 것은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벌인 이후 약 5년 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들은 회사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자리에 섰다. 하지만 올해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경상남도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한 달 넘게 어이지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 집행부의 불법파업과 폭력행위로 인해 회사가 처한 위기를 알리기 위함이다.
하청노조 부지회장 유모 씨는 지난달 18일 옥포 조선소 1도크(Dock, 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서 조선소·항만 등에 세워진 시설) 내에 건조 중인 30만t급 VLCC 바닥에서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지금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씨는 구조물을 직접 용접하고, 시너 통까지 들고 들어간 상태다. 또 다른 조합원 6명은 바닥에서 15m 높이에 있는 탱크탑 난간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이들의 농성으로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은 그날부터 멈춘 상태다.
6월 말 대우조선해양은 농성 중인 하청지회 노조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경남 거제경찰서는 두 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했으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 4일 하청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체포영장은 발부하지 않고 있다. 7일 박두선 대우조선해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지역 언론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불법파업의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눈치가 부담스러워 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공권력이 머뭇거리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입고 있는 피해 규모는 매일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배포한 호소문에는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6월에만 28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고, 파업이 계속될 경우 하루마다 매출감소 260억원, 고정비 손실 60억원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은 모두가 공멸하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 노동조합이 조선업계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성이라고 하지만, 이들 조차 조선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조업은 유지하면서 집회를 했다”라면서, “하청노조의 파업은 말 그대로 회사의 주인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크를 무단 점거했고, 특히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은 선주의 재산인데, 이런 선박의 벽면을 뚫어 점거해 1도크에서 진행해야 하는 모든 업무를 중단시켜 버렸다. 이건 최악의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청지회의 요구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협상해야 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이들은 사내 각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강요하고 있다. 이를 협의할 주체는 노조원을 고용한 각 협력사다. 협력사마다 처한 사항이 모두 다른데, 이들과 협의할 노조 전임자를 두겠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고, 노조 사무실을 지급하고, 임금과 상여금 인상 또한 대우조선해양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하청지회의 상급 노조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면서, “하청지회 속한 노조원은 전체 100여개 하청 직원 1만1000여 명 가운데 22개 업체에 속한 400여 명이며, 이번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120여명으로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협력업체 근로자 가운데 98%는 이미 임금협상을 마쳤다. 1,1%의 노조원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것은 궤변이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희생을 위해 어떠한 고통도 감내해온 옥포조선소에 근무하는 2만여 명(원청과 하청 등 조선소내 모든 직원 수)의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의 노력이 단 100여 명 하청지회의 불법행위로 인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핵심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있는 하청지회를 해산시켜 달라”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 법 질서를 바로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에는 거제도에서 상경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협의회 소속 회원 50여명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앞에서 하청노조 불법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별도 집회를 갖고, 협력업체의 어려움과 입장을 담은 호소문을 전달했다.
또한,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12일 오전 6시 30분에도 경찰청사 앞에서 호소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