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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④수출 쏠림 심화…품목·국가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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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④수출 쏠림 심화…품목·국가 넓혀라

수출 상위 10대국가 비중 70% 넘고, 품목은 60% 육박
1위 중국 비중 25%‧반도체는 20%대, 수출둔화 원인
선진국 수출 늘고 있지만 개도국으로의 판매는 둔화세
수출 구조 1980년대로 퇴보, 제조업 성장에도 악영향
2022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마지막 주에 HMM의 컨테이너선이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부산항에서 출항하고 있다.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정부와 기업은 수출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HMM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마지막 주에 HMM의 컨테이너선이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부산항에서 출항하고 있다.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정부와 기업은 수출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HMM
대한민국이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세계 6대 수출 강국에 들어섰지만,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 의존도는 1995년 이전 시기에 버금갈 만큼 높아져 신시장 개척과 발굴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국가와 품목의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이며, 확실한 시장과 제품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중국과 반도체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5% 내외, 20%에 육박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시장 다변화를 통해 200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을 제친 신흥시장‧개발도상국 수출이 2020년대 들어 증가율이 선진국보다 둔화되면서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수출을 담당하는 제조업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3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활용해 연도별 주요 수출국가와 수출상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2022년(1~11월 누적기준) 수출 상위 10대 국가 수출액은 4448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6290억 달러의 70.7%를 차지했다. 10대 수출국 비중이 70%를 넘은 것은 2020년(71.8%), 2021년(71.3%)에 이어 3년 연속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70%대를 기록했다가 이후 20여년 동안은 60%대에 머물렀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10대 수출국 명단에 있는 국가는 미국·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이며, 1990년대에는 중국이, 2000년대 말부터는 베트남이 포함됐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상위 수출국 순위에 큰 변동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2003년 처음으로 한국의 수출 1위 국가에 오른 중국은 당시 18.1%대의 비중이 매년 올라 26%대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23%대로 축소됐다.

상위 수출품목 비중도 마찬가지다. 수출입품목분류(MTI) 3단위 기준, 지난해 1~11월 상위 10대 품목의 수출액은 1202억 달러로 이 기간 총수출액 대비 57.3%를 기록했다. 10대 수출품목 비중은 1970년대부터 50% 이상을 기록해 오다가 2010년대 들어 60%대까지 증가했으나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1992년 처음으로 품목별 1위에 오른 반도체의 비중은 초반에는 10%에도 못 미쳤지만 지난해에는 20%에 육박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 상황이 좋았다면 이를 넘어설 수 있었다. 10대 수출품목 명단은 부침이 심했으나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판,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등은 거의 고정적으로 오르는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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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품목의 수출 편중 심화 현상이 과거를 닮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원인은 전혀 다르다. 1980년대까지는 해외시장 개척이 제한적이고 수출품목 수도 적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해 외국 바이어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면서 수출도 본사에서 생산한 완제품이나 중간재 및 원‧부자재를 해외 지사‧사업장으로 판매하는 ‘기업 내 무역’ 또는 ‘산업 내 무역’으로 고도화됐다. 당연히 해외 지사가 있는 국가로의 수출이 급증했다. 중개무역을 도맡아 하던 홍콩‧싱가포르 대신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이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른 이유다. 해외 진출이 제조업 공동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덕분에 국내에 핵심 제조업 기반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제조업 해외 이전은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정 기업의 사업장이 진출한 국가에는 타 기업·산업의 수출도 동반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공식도 희석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한 선진국(한국을 제외한 39개국)과 신흥시장‧개발도상국(155개국) 수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선진국 비중은 45.1%(2839억 달러), 신흥시장‧개도국은 54.7%(3438억 달러)로 격차가 9.6%포인트였다. 2007년 신흥시장‧개도국 수출액이 선진국을 넘어 4.3%포인트 차이를 나타낸 후 15.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선진국과 신흥시장‧개도국 간 수출액 격차가 15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좁혀진 것이다.

신흥시장‧개도국 수출 둔화는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중견‧중소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이 줄어들었고, 중국과 인도·베트남 등 경쟁국가 제품과의 가격 및 품질 경쟁에서 밀려 고전하면서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 법안을 시행한 것도 개도국 대신 선진국으로 눈을 돌리는 원인이 됐다. 업계는 개도국 비중 축소, 선진국 증가는 범용 품목의 수출이 줄고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도가 높아져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수출 확대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는 정치적 불안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 주고, 지난해 대규모 수출 성과를 거둔 방위산업과 같이 세일즈 외교를 적극 추진해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바이오를 비롯한 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해 새로운 수출상품을 적극 발굴하고, 중견‧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