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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현대차를 '글로벌 빅3'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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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현대차를 '글로벌 빅3'로 끌어올렸다

684만5000대 판매...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은 3위
북미,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선전
바텀 피더·바퀴 달린 냉장고 등 오명은 옛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글로벌 판매량에서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 특히 북미·유럽·인도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럽에서는 역대 최대 판매량 등을 기록했다. 2000년 전후 낮은 품질 등을 이유로 '보텀 피더(bottom feeder)'와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오명을 썼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기업이 된 것이다.

사상 첫 글로벌 3위…684만여 대 팔았다


21일 각 완성차그룹의 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684만5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3위다. 현대차그룹 다음으로는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가 결합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615만7000대), 미국 제너럴모터스(593만9000대),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앵그룹이 합병한 스텔란티스그룹(583만9000대) 등이 뒤를 이었다.

1년간 순위도 바뀌었다. 현대차는 5위에서 3위로 올랐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제너럴모터스는 6위에서 5위로, 스텔란티스는 5위에서 6위로 순위를 맞바꿨다. 이 중 현대차그룹의 세계 판매량 순위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그룹은 2000년 합산 240만 대(현대차·기아)를 판매하며 10위에 진입했다. 2005년에는 355만 대를 팔아 7위로 올라섰고 2010년에는 미국 포드를 제치고 첫 톱 5위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후 현대차그룹은 5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755만 대를 판매한 2015년에는 1위 폭스바겐(5%)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4.1%)을 보였지만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그룹은 코로나19 사태가 덮쳤던 2020년에야 4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21년 다시 5위로 떨어졌지만 1년 만에 두 계단 뛰어오르며 3위에 안착했다.

2021~2022년 주요 완성차 업체 판매량.이미지 확대보기
2021~2022년 주요 완성차 업체 판매량.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보였다. 내수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합산 122만9952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대비 2.5% 줄었다. 반면 해외는 561만8246대로 전년(540만5231대) 대비 3.9% 증가했다.

특히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총 147만4224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역대 두 번째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106만98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9.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인 2021년 8.7%의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80만 대를 돌파했다. 역대 최다 판매량이다. 시장 점유율 21%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역설적으로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량이 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이 주효했던 것도 글로벌 순위 상승의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3위는 큰 의미가 있다"며 "판매량과 실적이 모두 좋았다는 것은 양적 팽창에 이어 질적 관리도 이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량 그래프. 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3년간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량 그래프.


'바퀴 달린 냉장고' 오명은 옛말…품질·디자인 꽉 잡았다


이번 글로벌 3위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일본이라는 큰 산에 가려져 존재감도 없었다.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숱한 비난을 받았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대차를 가리켜 '보텀 피더'라는 별명을 붙였다. 보텀 피더는 바다나 호수의 차가운 바닥에서 일생을 보내는 물고기를 말한다. 품질·디자인 등이 다른 업체 대비 떨어져 경쟁력이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별명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영국 자동차 전문지 톱기어는 현대차를 가리켜 "냉장고에 바퀴가 달린 제품과 같다"고 조롱했다. 당시 현대차가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미국의 자동차 품질 조사 회사인 JD파워의 J. D. 파워 3세 회장도 지난 2000년 현대차 계동 사옥을 찾아 "이미지 개선과 딜러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BBC가 올해의 패밀리카로 선정한 현대 투싼.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BBC가 올해의 패밀리카로 선정한 현대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짧은 시간 안에 부정 평가를 긍정 평가로 뒤집었다. 미국 모터트렌드, 영국 톱기어, 독일 아우토 차이퉁 등 주요 유력 전문지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톱기어는 현대차 투싼에 대해 "제대로 된 핫 해치 디자인과 흥미로운 전동화 라인업, 패밀리카로서의 가치 등을 앞세워 경쟁차들을 압도하고 있다"며 "아주 훌륭한 차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터트렌드는 제네시스 G90에 대해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 전통 강자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품질도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진행하는 내구품질조사에서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특히 기아는 3년 연속 일반 브랜드 1위에 오르며 최우수 일반 브랜드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디자인 부문에서는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운송디자인 부문과 로보틱스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성과를 단기간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예전부터 꾸준히 추진한 품질 경영, 디자인 경영 등이 기반이 된 결과"라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