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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독일 금속으로 제작된 16세기 아프리카 '베냉 청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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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독일 금속으로 제작된 16세기 아프리카 '베냉 청동기'

나이지리아의 유물 '베냉 청동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나이지리아의 유물 '베냉 청동기'. 사진=로이터
서기 16세기~19세기 사이에 나이지리아 에도족이 제작한 ‘베냉 청동기’가 독일에서 공급된 금속으로 구성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독일 게오르그 아그리콜라 공과대학 연구원들이 최근 밝혔다.

학자들은 플로스 원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베냉 청동기’는 머리, 명판, 인형 및 기타 물건 형태의 아프리카 예술품 수천 점을 통칭한다고 설명했다. 이 조각품에 사용된 금속은 서아프리카에서 유럽과의 무역 화폐로 사용되던 '마닐라'라고 불리는 작은 황동 고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유물은 나이지리아 관리들과 ‘베냉 청동기’를 소장하고 있는 여러 박물관 간의 송환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소시에다드 데 시엔시아스 아란자디가 1524년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게타리아 해안에서 플랑드르 상인으로부터 발굴된 313개의 ‘마닐라’(황동조각) 작품 중 일부는 분실되었다.

이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16~19세기 대서양 난파선 5척과 유럽과 아프리카의 육지 유적지 3곳에서 수습한 67개의 ‘마닐라’를 대상으로 화학 분석을 수행했다. 특히 납 동위원소 시그니처와 금속의 미량 원소 구성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베냉 청동기의 금속 성분과 18세기 이전 포르투갈 무역에서 사용된 ‘마닐라’의 금속 성분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는 이 ‘마닐라’가 조각품의 주요 금속 공급원이었음을 시사했다.

독일이 나이지리아로 인도한 베냉 청동기 유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이 나이지리아로 인도한 베냉 청동기 유물. 사진=로이터

또 이 ‘마닐라’의 구성은 독일 라인란트 지방의 광석과 유사하여 독일이 18세기 이전 ‘마닐라’와 궁극적으로 ‘베냉 청동기’ 생산의 주요 금속이었음을 시사한다. 청동기의 금속 성분이 일관된 것은 아프리카의 금속 세공인들이 어떤 금속을 사용할지 매우 신중하게 선택했음을 짐작 할 수 있는 일이다.

독일 연구팀의 수석 연구자인 토비아스 스코우로넥은 언론 성명에서 “‘베냉 청동기’는 서아프리카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고대 예술 작품이며, 이 청동기의 출처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지만 연구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며 “오랫동안 영국이나 플랑드르에서 생산된 것으로 여겨졌던 베냉의 걸작에 사용된 황동이 독일 서부에서 채굴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라인란트 ‘마닐라’는 6300km 이상 떨어진 베냉으로 운송되었다. 이 청동기의 과학적 연관성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코브로넥은 이 시기에 독일에서 생산된 다른 금속 제품을 분석하면 초기 대서양 무역의 세부 사항을 더 자세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 마닐라가 베냉 청동기의 유일한 금속 공급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유명한 조각품의 제조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