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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이건희의 ‘선택과 집중’, 이재용式 ‘신경영’의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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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이건희의 ‘선택과 집중’, 이재용式 ‘신경영’의 키워드는

삼성, 패스트팔로어·초격차 등 '신경영'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이재용 회장, 기술·미래·소통 키워드로 새로운 삼성시대 준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지난해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하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지난해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하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신경영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전략을 통해 다양한 미래사업 중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켜 성장하는 방식이다. 실제 삼성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메인 전술로 삼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1993년 이후 20여 년간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TV 부문 등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며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은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심 차게 진출한 파운드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2위로 올라서며 저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1위인 TSMC와의 격차가 여전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부문은 애플의 등장으로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여기에 이건희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수장으로 올라섰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사법 리스크로 인해 매주 재판에 출석하고 있으며, 삼성생명법 등 지배구조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어 이재용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재용 회장만의 '신경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 선대 회장이 30년 전 독일에서 '신경영'을 선포한 후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던 것처럼,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회장 방식의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회장 역시 신중한 언행을 보여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적극적이고 분명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란 평가를 받은 450조원의 투자 계획과 함께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뿐이라며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도 기술개발 및 투자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뿐"이라며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도 기술개발 및 투자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재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기술·미래·소통'을 이재용 회장의 경영 키워드로 주목했다. 기술과 소통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이재용 회장만의 경영전략이 최근 행보를 통해 짐작된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6월 11박12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출장을 통해 네덜란드의 ASML과 imec(아이멕) 등을 방문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출장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과정에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는데, 이때 이재용 회장이 5년 450조원이라는 역대급 투자계획을 발표한 후 곧바로 떠난 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귀국한 이재용 회장은 곧바로 계열사 순회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기술 점검에 나섰다. 또한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기능올림픽에 참석해 미래 기술자들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월 7일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도쿄선언 40주년'에는 "끊임없는 혁신과 선제적 투자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며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이 이처럼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발전 속도가 정체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2019년 파운드리 분야로 진출하며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당장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반도체 업황이 '한파' 수준까지 악화됐으며,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외부요인으로 인한 경영 변수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첨단공정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수주형 산업'인 반도체업의 특성상 첨단공정 기술 확보를 통한 고객사와의 신뢰관계 형성이 장기간의 계약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술개발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인재경영'으로 확보한 고급 인력을 통해 미래 예측에 나서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친 뒤 국내 사업장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현황 및 인재확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등 해외 사업장들도 찾아가 현지 인력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미래 투자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전국 각 지역거점에 'C랩 아웃사이드'를 설치하고 미래 연구·투자에 나섰다. C랩아웃사이드를 통해 지역 내 인재양성·뿌리산업·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미래 산업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워킹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사진=삼성SDS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워킹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사진=삼성SDS


마지막 키워드로 지목되는 '소통'은 미래와 기술을 연결하는 브리지다. 인재 확보에 기술투자 등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삼성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소통'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은 계열사 순회 과정에서 현지 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국내에서도 금융 계열사들의 여성 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은 후 경단녀(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처우개선 및 여성인력에 대한 복지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