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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철도이야기(1)] 탄약화물 적재된 기관차 적진 뚫고 달렸던 3인의 철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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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철도이야기(1)] 탄약화물 적재된 기관차 적진 뚫고 달렸던 3인의 철도인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이미지 확대보기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


현충일 아침, 34년간 경찰관으로 봉사한 이현철(71세, 가명)씨는 자신의 아파트에 조기를 달았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니 국기를 계양한 집은 자신의 집뿐이더라며 실망이 가득한 목소리를 전해왔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 현 세태에 국가관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쉰 이현철 씨의 심정은 같은 연배로 이해가된다.

국가보훈의 달 6월에는 철도의 날(28일)도 포함되어 있다. 6.25전쟁 당시 철도인들이 국가수호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영웅적 스토리는 생경할 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주역들에게 소중한 국가관을 되새기게 한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영관장교 묘역에는 6.25전쟁 당시 순직한 철도인 세 분이 잠들어 있다. 고 김재현 기관사와 고 황남호, 고 현재영 부기관사의 묘소이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 포화가 날아드는 적진을 향해 증기기관차를 몰고 나갔다. 미군 24사단장이었던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참여했지만 역부족이어서 모두 순직했다는 내용이 철도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철도역사에 따르면 1950년 7월 19일, 당시 27세였던 김재현 기관사는 자신의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를 몰고 적진으로 돌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이 과정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철도 기관사들이 미 제24사단장인 윌리암 딘 소장이 대전에서 포로로 잡혀 있다는 정보를 받은 미군 특전단원 33명과 함께 딘 소장 구출작전을 벌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흐른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다.

딘 소장은 1953년 포로 교환 때 미카 3-129호와 함께 적진에서 풀려났지만 김재현 기관사 일행은 적군의 총탄을 맞아 모두 전사했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정확히 가릴 수 없겠지만, 군인 신분도 아닌 철도인이 어떤 목적으로든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 만큼은 후대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 일이다.

당시에 김재현 기관사는 과연 적진을 향해 기관차를 몰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딘 소장의 회고록에는 ‘열차 회송 작전’은 탄약이 가득 실린 화차 10량의 증기기관차를 대전으로 회귀시키려는 작전에 불과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딘 소장 자신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다는 증언인 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증거는 또 있다. 고 김재현 기관사가 운전하던 증기기관차의 번호가 미카3-129호가 아니라 219호라는 점이다. 기관차를 몰고 적진으로 향했다는 날짜도 서로 다르다. 19일이 아니라 20일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혹시, 미국과 한국의 날짜가 하루 차이가 나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도 들지만 역사왜곡이라는 의심이 스며든다.

'한국교통동란기'에 담긴 김재현 기관사의 영웅담 핵심은 ‘딘 소장 구출작전’의 진위여부이다. 그러나 사실이든 왜곡이됐던지 간에 철도인들이 보였던 구국정신은 마땅히 칭송 받아야 옳은 일이다. 일부에서 역사를 왜곡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불편한 진실’이 가려졌다는 이유이다. 진실은 밝혀야 하지만 수많은 철도인들이 전쟁에 참여했던 숭고한 나라사랑의 기록들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오랜 세월이 지난 2011년,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고 김재현 기관사 이행의 공적을 기록하여 표창을 상신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 기관사들의 공헌을 인정하고 김재현 기관사에게 공로훈장을 수여했다. 2013년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 호국철도전시장이 마련되고 미카 2-120호와 함께 한국 전쟁 중 순직한 철도인 155명의 명단을 각인시켰다.

대전역 경부선 대전-세천간 상하행선 선로 가운데에 이들 철도인의 순직 기념비도 세워졌다. 1962년 당시 교통부 대전철도국 동료들이 성금을 모아 건립한 것이다. 당시 적진을 뚫고 달렸던 김재현 기관사의 애마(증기기관차)는 현재 대전 국립현충원에 전시되어 있다.

대전역 동광장에는 2016년 건립된 고 김재현 기관사와 황남호, 현재영 두 부기관사의 기념 동상이 있다. 뒷면에는 한국전쟁 당시 군 수송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전사한 철도인 287명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6.25전쟁 당시 철도인들이 보여준 국가관은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일이다. 철강인은 땀으로 철도 레일을 만들어 냈지만 철도인들은 레일 위에서 국가 인프라를 지켜낸 소중한 사람들이다. 현충일 아침, 이분들의 고귀한 사명감에 감사를 드린다.

(참고자료:한국교통동란기. 손길신 저 한국 철도역사)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