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제철소는 철광석 수요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서 리오 틴토, BHP, 발레와 같은 다국적 광산업체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광산 회사들은 친환경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국 투자와 현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리오틴토는 지난 12일 중국 바오우스틸 그룹과 철강 가치 사슬의 탈탄소화를 위한 여러 프로젝트 개발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중국 바오우 제철소에 전기 제련소를 시범 건설하고, 저탄소 고로 기반 직접 환원을 위한 호주산 광석의 펠릿화 기술 최적화, 중국 바오우의 하이크로프(HyCROF, 수소를 이용한 철광석의 이산화탄소 감소법) 기술 확대 개발 등 구체적인 탈탄소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또한 서호주에서 저탄소 철 생산을 위한 연구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
리오 틴토는 3월에 중국 HBIS 그룹과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4월에는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중국 파트너와 7건의 협약을 체결했다.
광산회사들이 중국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은 중국의 저탄소 전환에 기여하고 자신들의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는 수십 년 만에 목격된 가장 큰 산업 변혁을 이끌고 있다.
중국 철강 산업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탈탄소화이다. 철광석 자체를 저 탄소 경로로 개발하는 것은 철강 회사의 공급망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며, 철광석회사가 함께 해야 할 목표이다. 이런 공통된 과제는 철강기업과 철광석회사를 자연스럽게 협력관계로 묶어준다. 중국 제철소는 광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탄소 배출량 감축 경로를 설계할 때 더 나은 품질의 철광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탄소배출 제로 철강생산을 위해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중국 철강 기업들과 달리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철강 기업들은 여전히 전통 방식의 철강 생산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설비의 친환경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세계철강협회의 철강 생산 상위 국가의 변동을 보면 철강 산업을 최초로 성장시킨 유럽 국가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중국은 50위권에 무려 26개 철강기업을 올렸다.
이는 중국 당국의 철강 대형화 정책으로 만들어진 결과이다. 2~8개의 철강 기업이 합병되면서 규모가 커졌지만, 설비들은 유럽의 철강 기업들이 단돈 1달러에 팔았던 구식 모델도 있어서 가동율을 올릴수록 중국의 하늘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설비전환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은 독일의 구식 철강설비를 인수하면서 월화수목 금금금이라는 신조어를 탄생 시킬 정도로 설비를 이전 시키느라 바빴다. 독일 언론들은 이들 중국인을 보면서 서커스 단원 같다고 비웃었다.
이때 들어온 설비로 중국 철강 기업은 지금 세계 10위 이내에 랭크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약 10여 년 동안 구식 설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무진장한 탄소 배출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져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중앙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고, 타 공장과 합병 수순을 밟아야 했다. 이제 그들은 설비의 폐기냐, 전기로 방식의 전환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미국의 철강 산업을 대표했던 US스틸은 10위권 밖에 있다. 전기로 메이커인 뉴코의 사세가 위용을 발휘했다. 뉴코가 개발한 전기로의 저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반면에 유럽의 철강 기업들은 순위에서 밀려났다. 티센크루프만이 15위권에 남아있다. 이들은 다국적 기업 형태라서 순위에 반영되지 않은 요인도 있다.
유럽의 철강 기업들도 중국처럼 친환경 설비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친환경설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와 이란은 철강 생산량을 늘리면서 세계 철강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탈탄소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미국과 유럽은 철강 산업에서 강자였다. 그들은 기후중립과 무역장벽을 통해 철강 산업의 질서를 재창출할 것이다. 철강 산업은 디펜딩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철강 산업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