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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감축 약속 '뒷전'…셸, "현 석유·가스 생산량 유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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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감축 약속 '뒷전'…셸, "현 석유·가스 생산량 유지하겠다"

영국 런던의 동남부지역 한 셸 주유소 내에 설치된 셸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의 동남부지역 한 셸 주유소 내에 설치된 셸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에너지 기업 셸(Shell)의 최고경영자 웨일 사완(Wael Sawan)은 재무적 성과에 "무자비한 초점을 맞추겠다"는 약속으로 투자자 신뢰 제고에 노력하며, 앞으로 수년간 새로운 석유·가스 생산에 계속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4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사완 최고경영자는 뉴욕에서 열린 자본 시장의 날 행사에서 석유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스 사업을 키울 계획을 발표하면서 화석연료 부문에서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청정에너지 시스템 구축 속도보다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 해체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을 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1월 셸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 석유 및 가스 생산에 더욱 전념하고, 훨씬 더 높은 배수의 현금흐름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미국 경쟁 업체들과의 눈에 띄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 환원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셸의 본사 소재지인 영국 런던이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는 시장에서 더 많은 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노골적인 시도로 보고 있다.

사완 최고경영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모인 투자자들에게 "성과, 규율 및 단순화에 대한 무자비한 집중"을 통해 주주 환원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주주 분배는 영업 현금흐름의 30~40%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이전 목표인 20~30%에서 증가한 것이라고 셸은 밝혔다.

셸은 2분기 주당 배당금 15% 증가, 하반기 최소 5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배당금이 주당 0.33달러로 상승하긴 했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분기별 배당금 주당 0.47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동시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시니드 고먼(Sinead Gorman)은 2024년과 2025년의 자본지출을 2023년 계획된 230억~270억 달러에서 연간 220억~250억 달러로 줄이고 2025년 말까지 그룹 전체 운영비용을 20억~30억 달러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사완 최고경영자의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입장은 점진적으로 청정에너지 공급업체로 전환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2021년 전략을 추진했던 전임자 벤 반 부어든(Ben van Bourden)과는 다른 어조로 들린다.

셸은 회사 전략과 배출량 감축 목표는 변경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3년 동안 수소, 바이오 연료 및 차량 충전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 기술에 그룹 총지출의 약 20%인 100억~15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석유와 가스 생산에 지출할 400억 달러와 비교하면 그 투자 규모는 작은 편이다.

이렇게 2030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셸의 계획은 환경운동가들에게 생산량을 감축하겠다는 이전 약속을 뒤집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2021년 셸은 석유 생산량이 2019년에 정점을 찍었고, 2030년까지 매년 1~2%씩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셸은 현재 생산량이 2019년의 일일 19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로 감소하면서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연간 최대 5%의 기존 유전의 자연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새로운 석유 생산이 필요하다. 게다가 가스 사업을 계속 성장시킬 것이며, 이는 그룹의 석유와 가스 총생산량이 향후 10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셸은 2030년까지 연간 110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용량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30년까지 탄소 직접 배출량(scope 1) 및 간접 배출량(scope 2)으로 알려진 사업장 탄소배출량을 50%까지 줄이고, 2030년까지 판매하는 에너지 제품의 탄소 집약도를 20%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네덜란드 법원은 2021년 이러한 목표가 충분하지 못하다며 셸에 2030년까지 모든 배출량을 45%까지 줄이도록 판결했다. 이에 대해 셸이 불복해 항소 중이라고 언론 매체는 전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