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16년 최초 M램 개발 후 지난 6월 14nm 제품 양산 나서
고객사 요구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하이닉스의 응용D램도 눈길
고객사 요구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하이닉스의 응용D램도 눈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미래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할 새로운 메모리반도체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이 개발 중인 새로운 메모리반도체에 글로벌 반도체기업들과 빅테크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램, 낸드플래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를 뛰어넘어 고성능·저전력의 미래 메모리 반도체가 두 기업의 손에서 싹을 틔울 것으로 기대돼서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신형 메모리 반도체를 잇따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첫선을 보인 eM램의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제품을 공개했으며, SK하이닉스는 애플의 AR(증강현실)기기 애플비전프로에 탑재되는 응용형 D램을 선보였다.
관련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선보인 신형 메모리 반도체가 기존 메모리반도체 대비 성능면에서 뛰어난 만큼 새로운 메모리반도체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불리는 M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4nm 핀셋 공정을 통해 M램을 생산했으며, 현재 수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램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뛰어넘는 미래형 메모리반도체로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10배 이상, 낸드플래시 대비 1000배 이상 빠르다. 반면 생산단가는 오히려 더 낮아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석을 이용한 마그네틱 램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가 2016년 처음 28nm 기반 제품화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M램이 주목받는 것은 비휘발성 특성 때문이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저장된 데이터를 계속 유지해 대기전력을 소모하지 않으며, 데이터를 기록할 때도 동작 전압이 낮아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한다. 인공지능(AI)과 자동차 전장부품,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M램의 기술발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M램 시장 규모는 2024년 9억5200만달러(한화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M램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연평균 30%의 고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M램이 미래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관심도 남다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R&D 조직 내 M램 개발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당시 개발담당자들에게 "M램이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결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 SK하이닉스는 보유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형태와 활용성을 가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애플비전프로 AR기기에 적용된 응용 D램이 대표적이다.
하이닉스의 응용 D램은 애플의 비전프로 전용 프로세서인 R1 칩과 연동된다. R1이 AR기기 곳곳에 장착된 카메라·센서를 통해 외부 정보를 연산하는 프로세서라면 응용 D램은 R1의 요구조건에 맞춰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고성능 D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응용 D램은 기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LPDDR5X 대비 입출구 수가 8배나 많은 512개에 달한다. 데이터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D램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출구 수를 늘려 정보의 저지연성을 높인 만큼 으용 D램을 'LLW(저지연성 와이드 I/O) D램'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응용 D램을 통해 AR기기라는 새로운 분야로의 응용처를 찾았지만, 애플이 애플비전프로의 생산량을 축소키로 결정하면서 관련업계는 아쉬워 하는 분위기다. 애플비전프로 대당 1개의 R1칩이 사용되는데, 응용 D램도 1개만 사용되는 만큼 확장성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AR기기 전용 D램을 선보인 만큼 다른 업종에서도 D램에 대한 활용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응용 D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가 기존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 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신제품 개발 및 신사장 개척을 통해 관련산업의 규모와 경계를 확장해가고 있다"면서 "조단위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메모리 업황이 최악인 상황임에도 두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이처럼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는 모습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