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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래 운명 기술에 달렸다”…한화오션, 기술개발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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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래 운명 기술에 달렸다”…한화오션, 기술개발 ‘삼매경’

음향수조·예인수조·공동수조 설비 갖춰
모형제작워크숍·LBTS·HS4 육상관제센터 등 첨단 연구시설 즐비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화오션의 중앙연구원 전경.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화오션의 중앙연구원 전경. 사진=한화오션
"다양한 연구시설과 연구과제들을 통해 한화오션은 급변하는 선박 해양기술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친환경·고효율 선박과 스마트십·특수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창휘 한화오션 책임의 말이다. 한화오션은 ‘초격차 방산 솔루션과 차별화된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통해 미래 해양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도약’을 내걸고 선진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 책임을 비롯한 한화오션 임직원들은 지난 15일 찾아간 경기도 시흥 소재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에서 회사의 기술 개발 전략을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 2018년 개소한 한화오션의 시흥 중앙연구소는 최첨단 시설과 함께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대변한다. △기본성능 연구센터 △친환경에너지 연구센터 △생산혁신 연구센터 △디지털솔루션 연구센터 △방산기술 연구센터로 구성된 중앙연구원은 선박을 비롯해 잠수함 등 기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테스트와 연구를 통해 한화오션의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의 음향수조. 항해 중인 선박의 음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의 음향수조. 항해 중인 선박의 음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사진=한화오션

중앙연구소의 다양한 시설 중 가장 대표적인 시설은 '음향수조'다. 한화오션 방산 기술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음향수조는 조선업계 최초·유일 시설로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수조다. 잠수함은 통상 시야가 좁기 때문에 적함과 잠수함 탐지를 위해 소나(음파)를 이용한다. 적함이나 잠수함에서 나는 소리를 분석해 피아를 구분하고 기종을 알아낸다. 음향수조는 이를 구현해볼 수 있는 수조로 가상의 바닷속을 만들고 모형의 배를 만들어 소음을 미리 들어볼 수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소음 테스트 시 실험 외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 시간을 피해 밤에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소의 공동수조는 선박이 운행될 때 공동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노란색이 선박 바닥이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 중앙연구소의 공동수조는 선박이 운행될 때 공동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노란색이 선박 바닥이다. 사진=한화오션

중앙연구소에는 공동수조도 있다. 전 세계 상업용 공동수조 가운데 최대 규모인 공동수조는 전체 길이 62m·높이가 21m에 달한다. 최대 출력 4.5MW(메가와트)의 모터가 3600t의 물을 순환시킴으로써 최대 15m/s의 유속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화오션은 "대형 공동수조는 주로 유럽과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는 삼성중공업 등이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설을 통해 선박 밑바닥에서 프로펠러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공동현상을 연구하고 줄일 수 있다. 공동현상은 차량이 고속주행 시 뒤쪽에 와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선박이 속도를 올리기 위해 프로펠러 속도를 일정 속도 이상 증가시키게 되면 공동(빈 공간)이 생기는 현상이다. 공동현상이 발생하면 선박의 속도를 저하시키게 되고 최악의 경우 프로펠러가 부러질 수도 있다. 공동수조는 지상에서 이를 실험해볼 수 있는 거대한 시설이다. 한화오션은 "공동현상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최대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프로펠러와 선박의 모양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의 예인수조.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의 예인수조. 사진=한화오션

두 수조 외에 예인수조도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예인수조는 길이가 300m, 폭이 16m로 최대 담수량 3만3600t을 자랑한다. 예인차가 모형선을 해상에서 예인하는 것처럼 끌 수 있어 선박이 예인될 때 발생하는 저항·자항·운동 성능 등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중앙연구원은 지난 2018년 개소부터 지금까지 모형선 110척 이상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수심은 7m까지 조절이 가능하다"며 "다양한 선박을 시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조에 사용할 테스트 선박을 만들어볼 수 있는 모형제작워크숍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이 시설에서 연구원들은 회사가 수주한 선박을 축소 제작하게 된다. 지난해 5월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10m급 '복합 플라스틱 소재(ABS)'를 이용한 쌍축선 모형 제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측은 "3D 프린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모양 제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동력체계 연구를 위한 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실제 선박과 함정에 탑재되는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본떠 육상에 설치한 LBTS는 업계 유일한 장치로 친환경 선박과 함정 추진체계를 시험해볼 수 있다. 특히 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 암모니아 추진 등 탄소 제로화를 위한 동력체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자율운항을 하고 있는 선박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카메라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얻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자율운항을 하고 있는 선박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카메라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얻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사진=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은 조선업계의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무인운항을 연구하기 위한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HS4 육상관제센터는 스마트십 플랫폼을 활용해 데이터를 육상에서 수집하고 분석해 선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건조되는 모든 선박에 HS4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운항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한 한화그룹 내 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자율운항 솔루션 구현에는 선박 모니터링을 위한 선주나 관제센터의 모니터링이 필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가 사용된다. 허철은 디지털솔루션연구센터장은 "한화시스템 등이 추진하고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과 결합하면 성능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흥(경기)=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