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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포퓰리즘과 보호주의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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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포퓰리즘과 보호주의의 함정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경제적 이익을 무시한 정치적 공격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경제적 이익을 무시한 정치적 공격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실패’라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 4위의 일본제철이 27위에 불과한 US스틸을 인수하기 위해 149억 달러(약 20조5158억원)라는 거액을 지불한 것부터 잘못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은 단순한 거래로 끝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의 낙후된 시설을 현대화하고 운영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비롯해서 US스틸의 현재 인력 유지와 노조 계약 존중, 그리고 상징적인 회사 이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한 것 등이 복잡해진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이 '실패'는 일본제철이나 US스틸의 실수가 아니라 정치적 정실주의(情實主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철강업체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루렌코 곤칼베스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 철강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잘못은 곤칼베스 자신과 노조 측근들에게 있었다는 것이 언론의 지적이다.

그들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연방정부에 로비를 벌여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았다. 더 큰 잘못은 경제적으로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진 연방 관리들(조 바이든 대통령과 몇몇 상원의원 포함)이 곤칼베스의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연합은 일반적으로 규제 검토를 통해 속도를 낼 수 있는 거래를 위협하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각종 근거는 내부 일관성이나 사실적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다. 합병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타당한 경제적 근거나 국가 안보적 필요성을 제시하는 근거는 없다. 결국 반대론은 모호한 하나의 명제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위대했던 US스틸이 외국 소유가 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나쁜 일이라는 이 주장은 특정 포퓰리즘을 지닌 정치인에게 강력한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경제 규제의 근거는 거의 없다.

사실상 일본·한국 등의 외국 기업들은 미국 제조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포퓰리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세기 중반부터 제조업, 특히 중국 등 외국에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 일자리를 중심으로 전환한 것을 오랫동안 한탄해 왔다.

그러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제조업 일자리를 국내에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스트들은 이를 불신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의 FDI는 총 5조3000억 달러(약 7318조원)에 달하며, 이 중 2조2000억 달러(약 3037조원)가 제조업 부문에 투자되었다.
현재 이 협정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J. D. 밴스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은 2016년 회고록 '힐빌리 엘레지'에서 "이러한 유입은 종종 미국 기업과 직원들을 끔찍한 재앙으로부터 구해준다. 이후 밴스 전 회장은 경제 민족주의자로 거듭났지만, 2016년에는 일본 가와사키의 진출이 없었다면 고향의 주력 기업은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외국인직접투자의 사례 연구처럼 읽힌다. 일본제철은 약 40년 동안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다. 8개의 미국 철강 제조업체를 부분적으로나마 소유하고 있다. 더구나 96만3000명 이상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한편, US스틸은 비대해지고 경쟁력이 없어져 한물간 브랜드에 가깝다. 한때 세계 최대 기업이었던 US스틸은 잘못된 경영으로 인해 직원들의 일자리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

US스틸이 미국에서 셋째로 큰 철강업체로 아직 남아있지만, 혁신보다는 임대료 챙기기를 선호한 결과 2014년 S&P 500 기업에서 탈락했다. 지난 8월, US스틸의 시가총액은 925번째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본제철의 인수가 유력해지자 상승세를 보였다. 약 2만2500명의 직원 수는 대형 애완동물 전문 체인점인 펫코(Petco)와 Dave & Busters(아케이드 게임업소)의 각 직원 수보다 적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이러한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철강 야금 엔지니어인 브루스 크레이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예외 없이 일본은 전 세계 철강 생산업체 중 최고 품질의 제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제철이 제철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면 미국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명분이 부족한 바이든과 밴스, 그리고 그들의 동조세력들은 종종 국가 안보를 내세워 거래를 중단시켰다. 외국 기업이 미국 제철업을 통제하도록 허용하면 위기 발생 시 군대에 필요한 철강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근거는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미 국방부는 국내 철강 생산량의 1~3%만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직접 철강을 소유해야 국가 안보를 그르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거의 설득력이 없다. 전 국방부 산업정책 담당 차관 윌리엄 C. 그린월트는 미국 언론과의 대담에서 "국가 안보에 가장 필요한 철강은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클리블랜드-클리프스 공장 두 곳에서 생산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철강산업은 국가 안보에 거의 쓸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고 그린월트는 덧붙였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지금 요구하고 조 바이든이 지지하는 것은 바로 보호무역주의의 일종이다. 미국 대통령의 사대주의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보호주의는 철강 하방 산업과 소비자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시장 경쟁을 방해할 수도 있다.

미국인들은 말 그대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