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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재계] SK, ‘ASBB’로 삼성과 맞짱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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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재계] SK, ‘ASBB’로 삼성과 맞짱 뜬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로 상호보완적 두 그룹 관계 변화
AI‧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미래 육성사업도 중복, 경쟁 확대
최태원 회장 삼성 추월해 ‘글로벌 넘버원 SK’ 기업 도약 야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자리에 앚아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자리에 앚아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가장 무서워요.”

지난 2019년 1월 1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직후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떠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전자 회장)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다”라고 답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같이 반응했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하기 위한 농담조의 발언이었지만, 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삼성을 대하는 SK, 최 회장의 시각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었다. 20세기 말 영원한 라이벌 현대가 계열분리 된 후 대한민국 재계에서 삼성은 독주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의 줄임말)이었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빅 픽처(큰 그림) 그리기가 시작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역사를 통틀어 SK와 삼성이 양강 구도로 경쟁하는 사업 부문은 거의 없었고, 서로의 약점을 상호보완해 주는 관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세계 2위 SK하이닉스 인수는 이러한 양 그룹의 밀월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넘어 반도체 전 분야를 제패하려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거나 압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업체다.

대만 TSMC,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웨스턴 디지털, 일본 키옥시아 등이 존재하지만 SK하이닉스가 유독 주목받는 것은 미국‧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치킨 싸움에서 살아남은, 그것도 삼성전자와 기술과 양산 경쟁을 통해 생존한 대한민국 반도체 기업이기 때문이다.

양 그룹의 관계를 고려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 구도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K-반도체 패권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협업한다는 취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삼성전자에 이은 이인자로 남아 있을 순 없다. SK의 사업 범위는 삼성을 능가한다. 문제는 ‘글로벌 SK’를 떠올릴 수 있는 ‘세계 1위를 장악하는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의 미래는 결국 ‘글로벌 넘버원’을 할 수 있다는 기업문화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등주의를 표방하면서 창업한 삼성이 진정한 일동기업으로 거듭난 것은 1992년 D램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선 덕분이었고, 이 노하우가 삼성 전 계열사에 이식되면서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가 됐다”라면서, “사업 정체기를 겪고 있는 SK에도 이러한 일등 경험과 노하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이 주창한 미래 SK를 위한 중점 먹거리, 즉 (인공지능(AI), 반도체(Semiconductor),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를 의미하는 ‘ASBB’는 특히 그렇다. ASBB는 이재용 회장이 추구하는 ‘뉴 삼성’의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전직 SK 고위 임원은 “반도체에서 본격화한 양 그룹의 경쟁은 이미 전체 사업영역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창업 이후 두 그룹이 이렇게 크고 많은 부문에서 정면충돌한 적이 없다”라면서, “심성이 많이 앞서고 있지만 SK가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따라붙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SK가 삼성 추월전략은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이후 찾아온 극심한 반도체 침체기 속에서 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 주춤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현재 시장 규모는 작지만, 미래를 충분히 보장해 줄 성장 분야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바이오는 규모를 키우면서 주력 사업군에 이름을 올렸고, 이차전지와 AI는 같은 선상이거나 일부에서 삼성을 앞서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을 우선해야 하지만 ASBB에서 SK의 당장 눈앞의 경쟁자는 삼성이다”라면서 “SK는 삼성이 포기한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유지하고 있고, 정보통신 등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구조가 융합으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 경쟁에서 SK가 삼성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