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도로 위 스마트폰' 경쟁…SDV 전환에 車·전자업계 전면전

글로벌이코노믹

'도로 위 스마트폰' 경쟁…SDV 전환에 車·전자업계 전면전

완성차, 제조업→서비스업으로 수익 구조 확장
삼성·LG 등 전자기업도 SDV 생태계 본격 진입
"산업 간 크로스 스킬링 없인 경쟁력도 없다"
Pleos 25에 전시된 E&E 아키텍처.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Pleos 25에 전시된 E&E 아키텍처. 사진=현대차그룹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엔진, 변속기 중심의 기계 설계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으로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계 산업이 쇠퇴하고 전자·소프트웨어 산업이 핵심으로 떠오르며 완성차 업체들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수익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제어에 강점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IT 기업들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활약하며 SDV로의 생태계 변화에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전문가들은 SDV가 자동차 산업의 기술과 구조 전반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 기계설계를 통해 얻어냈던 움직임을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제어하는 것이 SDV 특성인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알리고 인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해서다.

권용주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SDV 전환은 소비자보다 기업의 문제"라며 "기계 산업은 쇠퇴하고 전자 산업이 부상하는 구조로, 기업 입장에서는 차량 외관은 그대로 두고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내부 변화를 지속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에 SDV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SDV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과거 자동차 부품에서 전장의 비중이 10% 남짓이었지만, 최근에는 35%로 늘었고, 향후 7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SDV로의 전환은 완성차 기업들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수익 모델로 시장 규모를 다각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속에 자동차와 IT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권 교수는 "이제는 전기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전자 기업도 만들 수밖에 없는 시장이 됐다"며 "앞으로 자동차 기업과 전자 기업이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디스플레이나 전자기기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높은 지능의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위원은 "완성차와 전자 기업 간 협업이 SDV 시대 주도권의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와 비전 있는 산업 전환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육성과 함께 정부 지원 배분과 '좀비 기업'을 걸러낼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며 "자동차 업계는 업스킬링·리스킬링도 중요하지만, 산업 간 경계를 넘는 '크로스 스킬링' 개념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