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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진의 나탔수] 캐딜락 리릭, 전기 SUV의 품격을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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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진의 나탔수] 캐딜락 리릭, 전기 SUV의 품격을 다시 쓰다

정숙성과 주행 감성, 두 마리 토끼 잡다
감각적인 외관, 감성 품은 실내 완성도
실속까지 챙긴 전비…800km 주행에 4.4km/kWh
캐딜락 대형 전기 SUV 리릭. 사진=캐딜락이미지 확대보기
캐딜락 대형 전기 SUV 리릭. 사진=캐딜락
캐딜락의 첫 순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릭(Lyriq)'은 한마디로 '예술을 입은 기술'이었다. 지난 17일부터 2박 3일간 리릭과 함께한 여정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감각적 경험에 가까웠다. 전통적인 캐딜락의 중후함에 첨단 전기차 기술이 더해지며 새로운 럭셔리의 정의를 제시한 셈이다.

캐딜락 대형 전기 SUV 리릭 실내 센터콘솔부.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캐딜락 대형 전기 SUV 리릭 실내 센터콘솔부. 사진=나연진 기자


리릭과 마주한 첫 인상은 정적이었다. 전면 '블랙 크리스탈 쉴드'와 수직형 헤드램프를 따라 빛이 아래로 흐르는 '디지털 레인'이 펼쳐지며 마치 전시관에 들어선 듯한 감각을 자극했다. 탑승자 접근에 따라 점등되는 '코레오그래피 라이팅'은 단순한 웰컴 기능을 넘어 차체를 타고 흐르는 빛으로 하나의 무대를 연출한다.

전장은 5m에 육박하고, 차체는 낮고 길게 뻗었다. 매립형 도어 핸들과 직선 위주의 캐릭터 라인은 세단의 우아함과 SUV의 볼륨감을 동시에 품었다. 특히 리어램프는 루프부터 하단까지 수직으로 떨어지며 시선을 단단히 붙잡는다. 후면은 SUV보다는 스포츠 쿠페에 가까운 역동성을 연출했다. 전체적인 외관은 '캐딜락답다'는 말보다 '새롭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스티어링 휠·33인치 대형 OLED 디스플레이·공조 조작부.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스티어링 휠·33인치 대형 OLED 디스플레이·공조 조작부. 사진=나연진 기자


도어를 열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3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시야 흐름이 자연스럽다. 주행 정보, 에너지 흐름, 미디어와 드라이브 모드 설정까지 모두 직관적으로 배치됐다. 다만 일부 물리버튼이 생략되면서 비상등이 룸미러 상단에 위치한 점은 낯설게 다가왔다.

센터콘솔은 유광 블랙 소재에 크리스탈 질감의 버튼과 고급 퀼팅 시트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하단 수납공간은 넉넉해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운전석 기준 스티어링 휠은 파이가 다소 큰 편이지만 조작은 놀랄 만큼 부드럽다. 다만 좌측 사이드미러는 근접 차량이 과장되게 보이는 왜곡이 있어 주의가 필요했다.

캐딜락 대형 전기 SUV 리릭 후면부.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캐딜락 대형 전기 SUV 리릭 후면부. 사진=나연진 기자


리릭은 두 개의 모터로 500마력의 출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두터운 바닥 아래에서 밀어올리는 듯한 추진력이 전해졌다. 노면과 연결된 듯한 하체 세팅은 서스펜션이 단단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방지턱을 넘을 때나 급제동 시에도 차체가 깔끔하게 반응했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과 캐딜락의 주행 감성이 충돌 없이 어우러진다.

주행 중 시트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위험 요소 경고 기능이 작동한 결과다. 마치 마사지 기능처럼 느껴질 만큼 부드럽게 경고를 전달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와 '스포츠'에서 가장 두드러졌고, '스노우'는 아직 여름이라 체감이 어려웠지만 모드 전환에 따른 반응은 민감하고 명확했다.

주행 중 실내 정숙성은 인상적이었다. 회생 제동은 스티어링 패들로 조절이 가능하고, '원페달 드라이빙'도 완성도가 높다. 감속 시의 이질감 없이 속도를 줄일 수 있어 도심 주행에서 특히 유용했다.

비 오는 날씨 속에서도 리릭은 묵묵히 노면을 잡아주며 안정감을 전달했고, 길고 넓은 차체는 '큰 차'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단단한 주행감, 감각적인 디자인, 풍부한 실내 감성은 지금까지 경험한 EV와는 결이 달랐다.

트립 기준 2박 3일간 주행한 거리는 총 810.5km였고, 전비는 4.4km/kWh로 측정됐다. 대형 전기 SUV임에도 높은 효율을 보이며 실용성까지 갖춰 만족스러웠다.

디스플레이 조작성이나 미러의 시인성 등 일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리릭이 보여준 감각의 디테일은 전기 SUV 시장에서 '럭셔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