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서스펜션, 물리적 감성의 미학
디지털의 변화, 감성의 확장
디지털의 변화, 감성의 확장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은 에어서스펜션이다. 전작에선 선택조차 할 수 없었던 이 옵션이 이제는 ‘울트라’ 트림에 들어간다. 차 내에서 주행 모드 변경으로 확인할 수 있고 트렁크에서 버튼을 누르면 뒷바퀴가 부드럽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주행 중엔 다리 연결 부위나 과속방지턱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요철을 넘어설 땐 말랑하고, 지나고 나면 단단하다. 출렁거림 없이 잔진동을 흡수하며 몸을 지켜주는 방식이 어딘가 사람 같다. 서스펜션 세팅도 타사 대비 단단한 쪽인데, SUV 특유의 유연함과 고속 안정감 사이를 절묘하게 가른다.
오프로드 모드에선 전고를 위로, 고속 주행에선 스스로 낮춘다. 상황에 맞춰 몸을 낮추거나 키를 높이는 XC60의 태도는 마치 한발 물러서거나 나설 줄 아는 사람처럼 신중하고 영리하기도 하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가 기본 탑재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OTT, SNS, 뉴스 등 차 안에서 뭔가를 소비하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XC60은 하나의 ‘이동하는 거실’이 되기도 한다. 구글도, 애플도 아닌 ‘한국형 스마트카’로 진화해가는 모습이 꽤 흥미를 끈다.
외관은 얼핏 보면 이전 모델과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의 반란’이 곳곳에 숨어 있다. 프런트 그릴은 사선형으로 재단됐고, 광택이 도드라지던 유광 크롬은 차분한 무광으로 정돈됐다. 테일램프는 한층 어두워졌고, 다크 테마 선택 시 크롬 장식 대신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무리된다. 볼보가 고집하는 ‘절제된 멋’이 고스란히 녹아든 변화다.
실내는 더 밝고 정갈해졌다. 대시보드 우드는 브라운에서 화이트로, 시트 색상도 앰버에서 블론드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톤이 한층 산뜻해졌고, 밝은 색상이 주는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가구를 바꾸지 않고 조명만 바꾼 듯한 효과랄까.
ADAS는 여전히 뛰어나다. 차로 유지, 거리 유지, 차로 이탈 방지 모두 자연스럽고 믿을 만하다. 정체 구간에서 앞차와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자, 별도 설정 없이도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무심한 듯 철저한 ‘스웨디시 안전’이다.
다만, 눈에 띄는 새로운 기능은 없다. 도로 표지판 인식 기반 속도 제어나 고도화된 지능형 보조 시스템 등은 여전히 경쟁 브랜드의 몫이다. 실용적인 기능엔 집중했지만, 기술 리더십을 보여줄 요소는 아쉬웠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지만 이날 실제 주행 연비는 8.8㎞/L 수준. 공인 복합연비(10.7㎞/L)보다는 낮았지만, 도심 주행과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저공해차 혜택 덕에 톨게이트 감면도 가능하다.
XC60은 이미 증명된 모델이다. 글로벌 누적 270만 대, 연간 23만 대 이상, 그리고 볼보 브랜드 내 판매 1위라는 타이틀까지.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온 XC60은 이번에도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 있는 진화를 택했다. 디자인은 정제되고, 주행은 더 편안해졌으며, 기술은 사용자를 더 빠르게 이해한다. 단순히 ‘좋은 SUV’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SUV’의 기준을 묻는다면, XC60은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