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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없는 석화] 한숨 돌린 여천NCC…칼바람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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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없는 석화] 한숨 돌린 여천NCC…칼바람은 이제 시작

DL케미칼 여천NCC 자금 지원 위해 유증 단행
업계 당장의 큰불은 껐지만 위기감은 여전해
"석유화학 제품 팔수록 손해 내년 더 걱정"
그래픽=김예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김예솔 기자
국내 에틸렌 생산 능력 3위 업체인 여천NCC의 부도 위기가 일단락되면서 석유화학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잔불은 살아있다. 직면한 위기는 여전해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원 감축 등 석유화학 업계의 출구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체들은 부도 위기를 넘긴 여천NCC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날 DL케미칼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당초 DL그룹은 여천NCC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피하기 위해 요청한 자금 지원에 대해 "상황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바꾼 것이다.

업계는 당장 눈앞의 '큰불'은 껐지만 이를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다음 기업은 어느 곳이 될지 이미 업계에선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결국 겪고 있는 문제가 곪아터진 것"이라면서 "(여천은)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기업인데 그런 곳마저도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은 버티기라도 하지만 중견·중소 업체들 상황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여천NCC 부도라는 위기를 넘었을 뿐이다. 여천NCC를 비롯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롯데케미칼,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생산설비를 멈추는 등 자체 생산량 조절에도 나섰다. LG화학은 스티렌 모노머(SM) 생산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2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멈췄다. 태광산업 등 다른 화학기업들도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시장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중동은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화학제품의 경쟁력이 더 나빠질 일만 남은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의 위기가 이제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제 시작점이다. 석화 업계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차이나 쇼크'가 가시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은 팔수록 손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내년이 걱정"이라면서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거제와 통영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던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 구조조정 등 칼바람이 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