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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80주년] 조원태의 한진그룹, '수송보국' 정신으로 100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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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80주년] 조원태의 한진그룹, '수송보국' 정신으로 100년 향한다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수송보국 80년
조원태의 통합 리더십, 글로벌 10위 항공사로
친환경·방산 확장…'100년 기업' 향한 투자 가속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래픽=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래픽=나연진 기자
대한민국 항공·물류 산업을 대표하는 한진그룹이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1945년 인천에서 트럭 한 대로 시작한 한진상사를 모태로 출발한 한진그룹은 '한민족의 전진'을 기치로 내세우며 육상운송에서 항공운송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룹의 대표 기업인 대한항공은 1969년 인수 당시 매출액 36억원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16조1166억원을 기록하며 약 4477배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은 조중훈 창업주부터 조양호 선대회장, 조원태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수송보국(輸送報國)' 경영철학의 산물이다. 조 창업주는 6·25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사업을 신용으로 재건하며 항공운송 산업의 토대를 마련했고 조양호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항공기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항공사로 대한항공을 도약시켰다.

1979년 제주도 제동목장을 찾은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왼쪽)과 조중훈 창업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979년 제주도 제동목장을 찾은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왼쪽)과 조중훈 창업회장. 사진=뉴시스


조중훈 창업주는 트럭 한 대로 시작한 한진상사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했다. 1969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할 당시 부채 27억원과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며 항공사업의 불모지를 개척했다. 1973년 오일쇼크 당시에는 신용을 바탕으로 로제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 총재에게 지급보증을 받아 위기를 극복, 그의 신념과 결단력이 한진그룹의 초석이 됐다. 이후 조양호 선대회장은 '승부사 리더십'을 발휘하며 제1·2차 오일쇼크 속에도 대규모 항공기 구매를 추진하고 중동 노선 진출과 외환위기 극복을 통한 성장의 기폭제를 마련했다.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사진=대한항공


2019년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경영 전면에 나선 조원태 회장은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섰을 때 조원태 회장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 화물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며 전 직원 고용을 유지하고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2020년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약 4년 만인 2024년 12월 완료되며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면 총 228대 기단을 운용하게 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조 회장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조직, 시스템, 업무 관행 등 모든 분야에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주문하며 규모보다는 품질을 강조하는 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 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대한항공은 약 362억 달러(약 52조원)를 투입해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추가 도입하고 약 20조원 규모의 예비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단 단순화, 연료 효율성 제고, 탄소 배출량 감축 등 다각적 효과가 기대된다. 보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항공기 예지정비 역량을 강화, 잠재적 결함을 사전에 예측·조치하며 높은 정시 운항률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친환경 전환과 방산 시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SAF(지속가능항공유) 사용을 확대하며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이는 친환경 항공운송을 선도하고 있다. 인천~고베, 김포~오사카 노선에서 국산 SAF를 상용 운항에 적용하고 국내 항공업계의 탈탄소 행보를 주도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LIG넥스원과 협력해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군용기 정비와 무인기 개발 등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ADEX 2025에서 저피탐 무인편대기, 중형 타격 무인기, 소형 협동 무인기 등 다양한 무인기 플랫폼을 선보이며 방산 기술력을 공개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세계 최대 방산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 군용기 후속 군수지원 파트너십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자산의 적기전력화에 기여하고 향후 제3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과 수출 기회를 넓히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보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보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은 2027년 최종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 통합 후 대한항공은 여객기 136대, 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69대를 합쳐 총 228대 기단을 운용하게 되며 신규 항공기 도입에 따라 운용 규모는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두 항공사는 업무 영역 통합과 정비 인력 공동 운용 등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준비하고 있다.

한진그룹 80년 역사는 단순한 기업 성장사를 넘어 대한민국 물류·항공 산업의 발전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 기록이다. 조중훈 창업주의 신용과 결단과 조양호 선대회장의 승부사 기질, 조원태 회장의 통합과 혁신 전략이 결합하며 한진그룹은 글로벌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미래 지향적 투자와 친환경과 방산 분야 확장을 통해 '백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한진그룹의 발걸음은 대한민국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세계 시장 경쟁력 강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