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을 넘는 10일 장기 시승, 그 시작…빗소리와 정숙함 사이, 그랜드 체로키를 읽다”
이미지 확대보기첫인상은 대형 SUV다운 존재감이다. 지프 특유의 세븐 슬롯 그릴은 브랜드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날렵하게 정리된 헤드램프는 차체 크기 대비 과하지 않다. 전체적인 비례는 크지만 안정적이며, 측면 실루엣은 직선 위주로 정돈돼 묵직한 인상을 준다. 대형 휠은 험로 주행을 전제로 한 구성임에도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실내로 들어오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드 트림과 가죽 소재는 고급 SUV에 걸맞은 질감을 보여주고, 마감 품질도 준수하다. 다이얼 방식 변속기는 조작이 간단하면서도 적당한 저항감을 유지해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주행 중에는 노면 진동이 효과적으로 차단되며,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시야가 넓고 편안하다.
비 오는 날 주행에서는 차량의 강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외부 환경은 거칠었지만 실내는 조용했고, 빗소리와 노면 소음은 잘 억제됐다. 이중 접합 유리와 차체 방음 성능 덕분이다. 매킨토시 오디오 시스템은 주행 중에도 음질 저하 없이 안정적인 사운드를 유지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젖은 노면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차체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는 오히려 더 차분해지며,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문다. 시트 마사지 기능은 장시간 운전 시 체감 피로를 줄여주는 요소다.
가족 단위 탑승 시에는 실용성이 돋보인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고, 2열과 3열의 공조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작동해 쾌적성을 유지한다. 적재 공간도 충분해 일상은 물론 여행용 차량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험로 주행에서는 지프 브랜드의 정체성이 분명해진다. 에어서스펜션을 통한 차고 조절, 노면에 맞게 구동력을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진흙길과 요철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차체는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했고, 실내의 안락함도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도심으로 돌아오면 다시 차분한 일상용 SUV의 모습이다. 소음은 억제되고, 조명과 실내 연출은 절제돼 있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조향과 주차 보조 시스템 덕분에 부담은 크지 않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화려함보다는 신뢰를, 민첩함보다는 안락함을 우선시하는 차량이다. 폭우 속에서는 안정적인 이동 수단이었고, 장거리에서는 편안한 동반자였으며, 험로에서는 브랜드의 뿌리를 증명했다.
이번 시승에서 남은 인상은 명확하다. 그랜드 체로키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바꾸며, 운전자에게 ‘잘 달리는 대형 SUV’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일상의 이동부터 거친 환경까지, 균형 잡힌 성능과 완성도를 갖춘 차량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