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화, 美 해군 공급망 첫 진입…K방산 ‘본토 공략’ 분기점

글로벌이코노믹

한화, 美 해군 공급망 첫 진입…K방산 ‘본토 공략’ 분기점

동맹 기반 시장 개방 신호 감지
HD현대·삼성중공업 확산 기대 속 리스크 병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화그룹이 드디어 한국·미국 조선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출범 이후 첫 성과를 냈다. 한화가 미 해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첫 발을 디뎠다. 한국 방산이 ‘수출국’에서 ‘공급망 참여국’으로 위상을 전환하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와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첫 수주 성과를 확보했다. 선박 설계기업을 통한 하청 형태지만 미 해군 공급망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방산 시장은 자국 기업 중심 구조가 강해 외국 기업의 직접 진입이 제한적인 만큼, 공급망 참여 자체가 경쟁력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는 ‘필리조선소 인수’ 전략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화는 2024년 12월 미국 동부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했고, 이는 미국 정부 조달 시장의 현지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미국 방산 사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 거점, 고용,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합되는 구조로 단순 수출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이번 참여는 ‘왜 지금인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은 조선업 경쟁력 약화와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해군 전력 확충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며 한국 조선·방산 기업에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해군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것 자체가 기술력보다 신뢰와 제도 장벽을 넘었다는 의미가 크다"며 "향후 하청 참여를 넘어 주요 부품과 체계 공급으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화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도 군수지원함 및 보조함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선 중심 사업 구조에서 방산까지 확장할 경우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해양방산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한화오션은 구축함과 잠수함 등 수상·수중 전력을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수상함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특수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무기체계 기업까지 결합될 경우 ‘통합 해양방산’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 해군이 군수지원함과 보조함 분야에서 안정적인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전투함 대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유지·보수와 추가 발주가 반복되는 구조인 만큼 초기 공급망 진입 이후 후속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넘어야 할 장벽도 분명하다. 하청 참여 단계에서 주계약자로 도약하기까지는 기술 검증과 신뢰 확보, 정치적 변수 등 복합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의회와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방산 예산 정책 변화도 변수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K방산 수출 구조가 중동·동유럽 중심에서 미국까지 확장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가격 경쟁력 중심 ‘수출 모델’에서 글로벌 공급망 내 역할을 확보하는 ‘참여 모델’로 이동하는 흐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다.

결국 이번 수주는 단순한 첫 계약이 아니라 한국 방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출발점이다. 국내 방산·조선 기업들이 미국 공급망 내 입지를 확대할 경우 K방산 경쟁 구도도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