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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다음은 저변 확대…유럽서 먼저 뛰는 아이오닉3·E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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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다음은 저변 확대…유럽서 먼저 뛰는 아이오닉3·EV2

플래그십 전기차로 기술 이미지 구축, 소형 모델로 저변 확대
국내시장도 가격 부담 커지며 작은 전기차 관심 확대
현대자동차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모델 아이오닉 3를 밀라노 디자인 워크에서 공개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모델 아이오닉 3를 밀라노 디자인 워크에서 공개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략이 플래그십 중심에서 저변 확대로 넓어지고 있다.

기아 EV6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9과 EV9 같은 대형 전기차는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어 유럽 시장 투입을 앞둔 아이오닉3와 EV2는 더 많은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로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아이오닉3와 EV2를 앞세워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두 모델은 당장 국내 출시가 확정된 신차라기보다 유럽 시장에서 먼저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전기차 가격 부담과 보조금 축소 흐름이 맞물리면서 작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보급형 전기차 전략을 가늠할 모델로 주목된다.

전기차 시장의 흐름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과정과도 닮았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초기에는 고가 플래그십 모델로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운 뒤 중급형·보급형 모델로 판매 저변을 넓혔던 것처럼, 전기차도 비슷한 단계를 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아이오닉9, EV6와 EV9으로 전기차 이미지를 쌓은 뒤 아이오닉3와 EV2로 실수요층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이다.

◆아이오닉3, 현대차 아이오닉 막내의 등장

아이오닉3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진입형 모델로 볼 수 있다. 아이오닉5가 넓은 실내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알렸고 아이오닉6가 전기 세단의 공기역학적 감각을 보여줬다면, 아이오닉3는 그보다 작고 현실적인 차급으로 내려온 모델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3를 유럽에서 설계하고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로 소개했다. 차체는 유럽 소비자에게 익숙한 전기 해치백에 가깝다. 좁은 도로와 도심 주차 환경, 실용적인 차체 크기를 중시하는 유럽 시장 특성을 겨냥한 선택이다.

아이오닉3의 의미는 단순히 작은 전기차가 하나 더 늘어난 데 있지 않다. 아이오닉 브랜드가 가진 전동화 이미지를 더 낮은 차급으로 옮기는 역할이 크다. 아이오닉5나 아이오닉6보다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소비자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 아이오닉3다.

◆EV2, 기아 전기 SUV의 가장 작은 퍼즐

EV2는 기아 전용 전기차 라인업의 엔트리 등급을 맡는 모델이다. 기아는 EV6를 시작으로 EV9, EV3, EV4, EV5 등 전용 전기차 제품군을 빠르게 넓혀왔다. EV2는 이 흐름에서 가장 작고 접근성 높은 전기 SUV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한다.

기아 EV2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EV2 사진=기아


기아는 EV2를 2026년 브뤼셀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EV2는 유럽 전용 B세그먼트 전기 SUV로 소개됐으며, 도심 주행과 일상 활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차체는 작지만 SUV 형태를 갖춰 높은 시야와 공간 활용성을 원하는 수요를 노린다.

아이오닉3와 EV2를 함께 보면 현대차그룹의 역할 분담도 분명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3로 유럽형 해치백 수요를 겨냥하고, 기아는 EV2로 소형 SUV 수요를 맡는다. 같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바라보지만 현대차는 해치백 감각을, 기아는 SUV 실용성을 앞세우는 구조다.

국내 소비자가 당장 아이오닉3와 EV2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모델 모두 현재로서는 유럽 중심의 전략 모델 성격이 강하다. 다만 국내시장에서도 캐스퍼 일렉트릭, 레이 EV, EV3처럼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아이오닉3와 EV2는 향후 국내 보급형 EV 전략을 가늠할 참고점이 된다.

전기차 대중화에는 플래그십만으로 부족하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급 전기차가 기술 이미지를 세운다면, 시장의 바닥을 넓히는 것은 더 작고 부담이 낮은 모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래그십 이후 보급형 모델이 대중화를 이끌었던 것처럼 전기차도 결국 소비자가 실제로 살 수 있는 가격대와 차급으로 내려와야 한다.

유럽에서 먼저 승부를 거는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도 있다. 중국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상품 전개를 앞세워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아이오닉3와 EV2가 단순한 막내 전기차가 아니라 중국산 저가 EV에 맞설 보급형 전기차 방어선인 셈이다.

아이오닉3와 EV2는 현대차그룹의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유럽에서 먼저 뛰는 두 소형 전기차가 국내에 곧바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 시장의 다음 수요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분명히 보여준다. 큰 전기차로 세운 이미지를 작은 전기차로 넓히는 단계, 현대차그룹의 보급형 EV 전략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