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세계는 넓고 할 말은 많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세계는 넓고 할 말은 많다?

이미지 확대보기
기자는 어릴 때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도 기자는 김 회장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우그룹 해체 이후 김 회장의 행보는 아쉽기만 하다.

김 회장은 지난 8월 23일 입국한 뒤 기력이 부족해 아주대병원에서 이틀 간 진료를 받았다. 그 이후 8월 26일 대우포럼, 9월 16일 아주대, 9월 24일 아주자동차대, 9월 25일 거제상공회의소, 이달 2일 연세대 초청 강연을 했다.

지난 2일 연세대 강연 현장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 김 회장이 거동조차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그의 나이는 이미 만으로 78세다. 거의 팔순이 된 그는 열심히 IMF시대의 경제관료들과 '대우그룹 기획해체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어떤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김 회장이 자신이 쓴 책 마케팅을 위해 열심히 강연을 한다고 적었지만 기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팔순이 된 김 회장이 돈 몇 푼이 아쉬워서 여기저기 강연하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그는 처참하게 무너진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IMF시대 경제 관료들의 입장이 옳은지, 김 회장 측의 입장이 옳은지 말하기 곤란하다. 둘 중 어느 편이 승자인지는 결국 역사가 가려줄 것이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 회장은 패장(敗將)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부당하게 정치권력 때문에 희생이 됐건, 냉혹한 국제경쟁에서 패배했건 그는 패장이다. 김 회장이 변명만 늘어놓는다고 비웃는 이들도 있지만 기자는 김 회장도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것이 지나치면 좋지 않듯 자기변호도 적당해야 좋다.

김 회장을 보면 맥아더 장군이 생각난다. 맥아더 장군은 대단한 영웅이었지만 한국전쟁에서 오판을 하고 해임됐다. 맥아더 장군은 해임 이후에도 계속 자신을 옹호했다. 하지만 여론은 결국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제 김 회장이 조용히 쉬고 있으면 역사는 김 회장의 공과 과를 공평히 계산해 줄 것이다. 기자는 김 회장에게 맥아더 장군의 이 한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곽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