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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기의 태클칼럼(20)] '노하우'보다 '노웨어(Know-where)'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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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기의 태클칼럼(20)] '노하우'보다 '노웨어(Know-where)'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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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지난 5일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5대 사망원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며,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체적, 경제적으로 무서운 암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 80~90% 수준까지 의학은 발전했다. 그러나 정기검진만으로 초기암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수십 종에 이르는 암검진을 매년 받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단 한 방울의 피로 수십 종에 이르는 암검진이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노벨상에 필적하는 업적이라 할 것이다.

위대한 의학혁명은 인도의 평범한 소년에게서 시작되었다. 인도의 잭 안드라카라는 15세 소년은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들을 조합하여 췌장암 진단법을 개발해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견되면 사형 선고이다. 그러나 잭이 인터넷으로 발명한 췌장암 진단 키트는 기존의 것에 비해 26,000배 싸고 진단 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조기에 췌장암을 발견하면 치료확률이 100%에 달한다. 소년이 발견한 가능성에서 학자들은 다른 암의 조기 발견을 연구해내 성과를 내고 있다.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평범한 소년이 의학혁명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노웨어(Know-where)’의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라는 일련의 과정(Process)을 통해야 원하는 결과물인 곡식을 수확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Know-how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노하우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생산량과 품질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생산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기술지식(K)이기 때문이다. 인류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철을 다루는 대장일, 배를 만드는 조선, 자기를 구워 식기를 만드는 도예 등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는 끊임없이 추가되어 갔다. 이는 산업사회에도 마찬가지로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노하우)가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인류는 또 한 번의 큰 혁명을 겪게 된다. 바로 정보화 혁명이다. 지식기반사회가 되면서 지식(Knowledge)의 가치는 더욱더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보화 혁명으로 인해 Know-how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과거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고 이를 통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생성된 가치였던 Know-how가 정보화 혁명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접근성이 증대됐다. 물론 지금 시대에도 나라의 존망을 결정짓는 무기제조, 원자력발전소 건설법이나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최첨단 의학정보(제약, 치료법 등), 반도체 생산기술 등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보호되어야 그 가치가 유지되는 정보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정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시대의 흐름은 Know-where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간다.
Know-where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신속,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이다. 정보 사회에서 가치 창출의 기본은 바로 정보이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 적이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이미 정보화 혁명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통해 바꿔놓은 스마트폰 생태계로 인해 정보의 접근성은 인류가 존재했던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노웨어’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증대될 것이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