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3배 웃돈 일자리 증가·실업률 4.3%…인하 기대 완전 소멸 이유는
중동전쟁·유가 급등 겹악재…원·달러 환율·한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
중동전쟁·유가 급등 겹악재…원·달러 환율·한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국채 수익률은 단기·장기물 가릴 것 없이 일제히 치솟았고, 중동전쟁 발 유가 급등이라는 지정학적 악재까지 겹치며 31조 달러(약 4경6800조 원) 규모의 미국 국채 시장은 새로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준의 금리 동결 장기화 신호가 강해질수록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도 커지는 만큼, 한국 금융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각)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를 근거로 채권 시장 참여자들이 올해 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보도했다.
'예상의 3배' 고용 수치, 금리 인하 기대를 지워버리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달보다 17만8000개 늘어 다우존스 집계 시장 예상치 5만9000개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도 4.3%로 한 달 전 4.4%에서 떨어졌다. 예상의 세 배에 달하는 증가폭은 2024년 말 이후 월간 최대치다.
수치 하나가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버나이트 인덱스스왑(OIS) 시장에서 올해 연준 금리 인하에 걸었던 베팅이 완전히 사라졌고, 2027년 인하 기대마저 위축됐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단기·장기 구분 없이 3~4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씩 일제히 뛰어올랐다. 부활절 연휴를 앞둔 단축 거래일이었음에도 채권값은 크게 밀렸다.
미슐러파이낸셜그룹의 금리 영업·거래 부문 전무이사 토니 패런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 수치가 연준을 금리 인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금리 인하 논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제프리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머스 사이먼스 역시 같은 날 고객 서한에서 "이번 데이터는 대부분 후행성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이란 전쟁 리스크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연준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표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 공포를 완전히 키울 만한 재료는 없었다. 2월 고용이 기존 발표치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수정됐고, 임금 상승률도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됐다.
BNP파리바의 미국 금리전략 부문 대표 구니트 딩그라는 "수익률이 대체로 평행하게 오른 것은 4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의 수익률 곡선 포지셔닝이 중립에 가까워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씨, 채권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고용지표보다 채권 시장 참여자들을 더 짓누르는 변수는 따로 있다. 중동 전쟁이다. 이란은 미국 전투기를 격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오는 4월 6일까지 다시 열지 않으면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국제 유가는 또 한 번 급등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각) 업데이트 보도에서, 오만 국적으로 등록된 유조선 3척이 오만 해안을 바짝 붙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긴장이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불씨는 살아 있다.
유가와 채권 금리의 동조화 현상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한 달간 미국 국채 수익률은 유가 상승 곡선을 따라 등락을 반복해 왔다. 에너지 가격이 미국 물가지수에 반영되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더 미룰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채권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4.34%로 장을 마감했다. 1주일 전 연중 최고점인 4.48%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2년물 금리는 4bp 올라 3.85%로 마감했다.
한국 채권·외환시장, '미국發 불씨' 어디까지 튀나
이 흐름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2.50%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환율·부동산·가계부채라는 삼중 제약이 풀리지 않는 한 인하 명분을 찾기 어렵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동결 장기화가 확인될수록 한미 금리차 축소를 기대하며 원화 매수를 검토했던 해외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채권 운용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를 두고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며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유지 기조를 유지했고,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도 "달러화 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으로 다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안정과 부동산 조정이 동시에 확인되어야 2027년 이후 완만한 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며,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면 국채 시장 수급에는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BNP파리바의 딩그라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은 전쟁발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고유가가 성장을 갉아먹는 리스크로 이동할 것"이라며 "그 전환이 확인되는 시점부터 국채 가격이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다음으로 지켜봐야 할 분기점은 두 가지다. 오는 4월 6일로 설정된 트럼프의 호르무즈 '최후통첩' 시한이 어떻게 전개되느냐, 그리고 이후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유가 충격이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다.
두 변수가 동시에 부정적으로 전개되면, '올해 금리 동결'이라는 채권 시장의 현재 기준 시나리오조차 무너질 수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