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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스마트폰의 종말? TSMC ‘4나노 포기하고 3나노 올인’에 담긴 AI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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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스마트폰의 종말? TSMC ‘4나노 포기하고 3나노 올인’에 담긴 AI 역설

메모리 원가 비중 54% ‘핵폭탄’… 퀄컴·미디어텍 칩 주문 2000만 개 증발
반도체 패권 AI로 급격히 이동… 중저가폰 시장 ‘공급 구조적 축소’ 불가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허리'가 끊길 위기다. 단순한 수요 둔화를 넘어, 반도체 제조 원가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공급망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가동률이 떨어진 4나노미터(nm) 공정을 고부가가치인 3나노 공정으로 전격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허리'가 끊길 위기다. 단순한 수요 둔화를 넘어, 반도체 제조 원가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공급망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가동률이 떨어진 4나노미터(nm) 공정을 고부가가치인 3나노 공정으로 전격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허리'가 끊길 위기다. 단순한 수요 둔화를 넘어, 반도체 제조 원가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공급망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가동률이 떨어진 4나노미터(nm) 공정을 고부가가치인 3나노 공정으로 전격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가 '저가 대량 생산'에서 '고부가 AI 집중'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IT 전문 매체 Wccftech3(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TSMC가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 급감에 따라 기존 4나노 생산능력을 3나노 칩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분석] 스마트폰 시장 흔드는 '3대 레드라인'… 보급형 공급망 붕괴 경보.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데이터 분석] 스마트폰 시장 흔드는 '3대 레드라인'… 보급형 공급망 붕괴 경보.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메모리가 삼킨 보급형폰 원가


최근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덮친 가장 큰 재앙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이다. 과거 스마트폰의 주인공이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프로세서(AP)였다면, 이제는 메모리 가격이 제품의 존망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대만 현지 소식과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 보급형 스마트폰의 전체 부품 원가(BOM)에서 저전력 D(LPDDR5)과 낸드플래시(NAND)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4%에 달한다. 폰 한 대 만드는 비용의 절반 이상이 메모리 구매에 들어가는 셈이다.

LPDDR5 계약 가격은 지난해 1분기 대비 3배 이상 폭등했으며, 샤오미의 루웨이빙 회장은 "메모리 가격이 작년 초보다 4배 가까이 급등해 가성비 브랜드인 레드미(REDMI)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 시장에서는 부품값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역마진을 감수하며 생산할 수도 없는 '외통수'에 걸린 상태다.

AI가 빨아들인 3나노 수요… 퀄컴·미디어텍의 고육지책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칩 설계 기업인 퀄컴(Qualcomm)과 미디어텍(MediaTek)도 전략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최근 4나노 공정 기반의 중저가 칩 주문을 웨이퍼 기준 약 2~3만 장 축소했다. 이는 완제품 칩 약 2000만 개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TSMC는 이 유휴 설비를 놀리는 대신, 애플(Apple)과 엔비디아(NVIDIA) 등 빅테크들이 줄을 서 있는 3나노 공정으로 갈아타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3나노 공정은 애플의 아이폰 칩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수요가 폭증하며 공급 부족 상태다. AI 수요가 블랙홀이 되고 있다.

TSMC 입장에서는 마진이 박한 보급형 4나노 칩보다, AI 열풍으로 몸값이 치솟은 3나노 공정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며, 현재 공급망 상황에서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한 번 3나노로 전환된 라인은 다시 4나노로 복구하기 어렵다. 이는 보급형 칩 공급의 '영구적 축소'를 의미한다.

3개의 숫자, 54% · 2000· 12개월이 주는 경고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 지표는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장의 공급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원가 비중이 54%까지 치솟으며 제조사의 수익 마지노선을 넘어서자, TSMC는 가동률이 떨어진 4나노 라인을 3나노 AI 칩 생산 공정으로 전격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2000만 개의 칩 공급 감소와 최장 12개월의 공정 전환 기간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 장기적인 공급 절벽을 야기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반도체 패권이 모바일에서 AI로 이동하며 발생하는 구조적 축소의 서막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를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반도체 공급망의 질서 재편'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TSMC의 결정은 저가 시장의 침체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기반한 것"이라며 "모바일 시장이 '박리다매' 구조에서 '고수익 AI 기기' 중심으로 강제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성비 스마트폰실종 시대 올 수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과 중저가 기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다. TSMC4나노 라인 축소와 메모리 가격 강세가 맞물리면서 앞으로 1년 동안 보급형 스마트폰 성능 향상은 정체되고 공급량은 급감하는 '공급망의 겨울'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변화를 읽는 체크포인트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추이다. AI 칩 수요가 3나노 라인을 얼마나 더 점유할 것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둘째, 메모리 단가 추이다. 제조사가 감당할 수 있는 원가 한계점을 보여준다. 셋째, 삼성과 샤오미 등 제조사의 라인업 재편이다. 수익성이 낮은 보급형 비중을 줄이고 프리미엄/AI 폰으로 갈아타는 속도가 관건이다.

이번 TSMC의 공정 전환은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모두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AI'를 향해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중저가 스마트폰 가격 인상과 물량 부족 사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