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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칼럼(21)] 창의적 발상의 법칙 '트리즈(TR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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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칼럼(21)] 창의적 발상의 법칙 '트리즈(TR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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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인간이 하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창의라는 말이 있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창의는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드는 것이다. 정의에 따르면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창의는 동일한 사건과 사물에서 다른 발상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은 짧은 시간에 획득하기 어려운 요소이지만 새로운 시각은 습득이 가능하다. 새로운 시각을 습득할 수 있도록 정리된 방법론이 바로 트리즈(TRIZ)이다.

트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많은 제품과 이론들이 모순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자전거를 예로 들면, 과거 자전거의 형태는 모두 커다란 앞바퀴와 작은 뒷바퀴의 형태로 생겼었다. 이 모양의 자전거는 이동수단이 가져야 할 두 가지 특징인 속도와 안정성 측면에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앞바퀴의 크기가 원의 둘레와 정비례하고 ‘원의 둘레 = 지름 X 3.14’ 이므로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앞바퀴의 크기가 커져야 한다.

그런데 앞바퀴의 크기가 커지게 되면 안장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중심점이 높아지면서 안정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속도를 높이려고 하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안정성을 높이려고 하면 속도가 떨어지는 모순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려 87년의 세월이 걸렸다. 체인과 기어의 발명으로 이 모순을 해결했고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은 제약을 깨는 문제해결이며 이런 창의적인 문제 해결방법이 바로 여러분이 추구해야 하는 문제 해결방법이다.

트리즈는 구소련의 발명가인 겐리히 알츠슐러 박사가 개발한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이론’이다. 겐리히는 ‘세상을 바꾼 창의적 아이디어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구소련의 특허 4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된 기술의 바탕에 있는 아이디어의 패턴이 불과 수십 가지에 불과함을 밝혀냈다. 그중 가장 많이 활용된 아이디어 패턴 40개를 정리하여 ‘트리즈'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자전거의 예를 포함하여, 트리즈의 원리 40가지 중 대표적인 것으로 통합, 거꾸로하기(역발상) 등이 있다. 통합의 대표적 사례는 모든 사람들의 손에 하나씩 쥐어져있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설자리를 잃은 전자제품들의 수는 한둘이 아니다. 기본기능인 전화기부터 시작하여 디지털 카메라, 계산기,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MP3 플레이어 등 수많은 전자제품이 스마트폰으로 통합되었다. 여러 사물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부가되었다.

거꾸로하기(역발상)는 기존 상식에 반대되는 개념을 도입해보는 것으로 러닝머신을 예로 들 수 있다. 러닝머신은 달리기(운동)를 하기 위해서 사람이 이동해야 된다는 상식을 뒤집어서 사람은 제자리에서 뛰고 기계가 거꾸로 회전을 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여러 가지 음식 중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서 가는 뷔페의 역발상으로 탄생한 음식점이 바로 회전초밥 집이다. 회전초밥 집에 가면 우리가 음식을 가지러 움직일 필요 없이, 먹고 싶은 음식이 눈앞에 왔을 때 음식이 담겨있는 접시를 내 테이블로 옮기면 된다.

한정된 제약하에서는 음과 양이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가 승리한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패배한다. 승패가 아니더라도 자전거의 예시처럼 속도와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자전거의 존재가치가 불분명해지게 된다. 제약을 깨는(담을 넘는) 문제해결 방식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이를 통해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플러스섬을 위한 핵심 요소이다. 트리즈의 새로운 시각을 습관화하여 문제해결 시 활용한다면 위대한 태클(TACKLE)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