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제작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이슈화 되는 까닭은 이 영상을 통해 거짓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유출 영상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편집 없이 공유되었고, 영상에 나온 사건의 분위기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전혀 달랐다. 최초 논란의 시작은 이유 없는 욕설이었지만, 영상을 보고난 후 많은 사람들은 사건의 시발점이 해당 문장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이 사건이 영상이아니라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텍스트의 형태로 유포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파급력이 있었을까? 영상은 텍스트보다 강력하다. 많은 내용을 함축해서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고맥락 문화’ 국가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에 의해서 소개된 개념으로 의사소통에 있어서 고맥락의 메시지는 저맥락의 메세지가 가지는 함축성과 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 간에 공유되고 있는 유사한 경험과 기대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이 유지되고 단어들이 해석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몇 단어로도 그 문화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단어가 내포하는 문화적 맥락이 높은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의사소통에서 단어의 선택과 뉘앙스가 매우 중요하다.
저맥락 문화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맥락과 상황이 덜 중요한 반면에, 고맥락 문화는 말을 하는 맥락 또는 상황이 중요하게 여겨 상대방의 뜻을 미루어 짐작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 의사소통 시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겉으로 표현된 내용으로부터 상대방의 진의를 유추하는 단계가 더 중요시 되며, 이 단계를 소홀히 할 경우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고맥락 문화가 단점만 있는 것 같지만 ‘빨리빨리’의 한국 특유의 문화와 일치하는 면도 있다. 우리는 상사와 부하 사이에 ‘척하면 척’ 알아서 업무를 진행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손발이 맞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업무를 진행할 때 마다 1차원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간다면 그처럼 비효율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맥락 문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성과 편리함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과하다 싶은 줄임말 유행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맥락 문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해 ‘삼사일언’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히 말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을 가벼이 하면 안 되지만 고맥락 문화권인 동양에서는 같은 말 한마디가 서양보다 더 무겁고 깊은 의미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고맥락 메시지인 영상물의 제작자이자 동시에 공유자인 스마트폰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