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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와 ‘부질’은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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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와 ‘부질’은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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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지난주의 ‘터무니없다’ ‘심상치 않다’에 이어 이번 주엔 ‘어처구니없다’와 ‘부질없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없다’를 넣어 쓰이는 말 중에 ‘어처구니없다’란 말 아시죠. 이 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은 딱딱한 것을 부서뜨릴 때 분쇄기나 믹서기를 이용하지만 이런 것이 없던 시절에는 맷돌로 곡식을 갈았습니다.

혹 맷돌을 모르시는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맷돌은 요즘 인기 간식인 피자처럼 생긴 둥글넓적하고 두툼한 돌 두 개를 포개놓은 모양입니다. 윗돌에는 구멍이 있어 이 아가리에 콩이나 쌀을 넣으면서 나무 손잡이를 잡고 맷돌을 돌려 곡물을 갈았습니다.
묵직한 맷돌을 돌릴 때 맷돌에 박은 나무 손잡이를 잡고 힘을 쓰는데 이 나무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맷돌을 돌리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면 어떨까요. 맨손으로 맷돌을 돌릴 수도 없고... 기가막히겠죠. 이처럼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힐 때 쓰는 말이 ‘어처구니없다’입니다.

참 재미있는 말이죠. 최근에는 ‘어처구니없다’가 상식 밖의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 즉 너무나 엄청나서 기가 막히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터무니없거나 턱없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없다’가 들어가는 말이 또 있습니다. “아무리 사정해도 ‘부질없는’ 노릇이었다”에서 ‘부질없다’는 무슨 말일까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일을 ‘불질’이라고 합니다. 이 ‘불질’에서 ㄹ이 탈락한 말이 ‘부질’입니다. 그렇다면 ‘부질없다’의 어원은 뭘까요?

대장간에서 쇠붙이를 만들 때 강하고 단단한 쇠를 만들기 위해서는 쇠를 불에 달궜다, 물에 담갔다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불질을 많이 하지 않은 쇠는 물렁물렁하고 금방 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렇게 불질을 하지 않은(부질 없는) 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데서 ‘부질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불을 피우는 기구인 풍로와 관계된 어원입니다. 옛날에 불을 피울 때는 풍로를 돌려 불질을 해야만 불길이 활활 일어났습니다. 불질을 하지 않으면 불꽃이 일어나기는커녕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풍로에 불질을 하지 않는다면 불꽃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에서 ‘부질없다’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