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식품칼럼] 장수의 비결 '계단' 오르내리기

공유
1

[식품칼럼] 장수의 비결 '계단' 오르내리기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유럽에서는 ‘캄포디멜레에 가서 살면 적어도 85세까지는 보장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캄포디멜레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캄포디멜레는 해발 647m의 높은 곳에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버스가 30분 정도 달리자 아룬치 산맥의 작은 산꼭대기에 마을이 보였다.

캄포디멜레는 마을 전체가 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꼭대기에 동그랗게 성을 쌓고 어느 성주가 살던 곳 같다. 마을은 원뿔형으로 지어졌고 좁은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산봉우리에 마을이 조성되다보니 거의 모든 집들이 좁고 긴 계단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마을 전체가 빽빽이 들어선 좁은 거리, 좁은 돌계단으로 되어 있지만 노인들은 쉬지 않고 이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살다보니 자연히 건강해진다고 한다. 2층이나 3층을 올라가는 데에도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우리에게는 좋은 교훈이 된다.
캄포디멜레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날씨가 사시사철 온화하다. 겨울에 간혹 한두 차례 눈이 오기는 하지만 겨울철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한다. 여름철에는 서늘하여 에어컨이 필요 없다. 겨울철에는 노인들은 집안에 벽난로를 만들어 놓고 나무로 불을 지피며 긴긴밤을 지내다 낮에는 여름철과 마찬가지로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에 나와 일광욕을 즐긴다. 일광욕은 비타민D의 합성에 꼭 필요하며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로마대학의 피에트로 쿠기니 박사가 이곳 노인 94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검사한 결과 이곳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콜레스테롤 함량과 혈압이 낮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캄포디멜레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의 30%는 유전적인 이유이고, 70%는 환경 때문이다. 지중해식 식사와 온화한 기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생활습관 등이 장수의 비결이다”라고 보고했다. 캄포디멜레의 전통음식으로는 콩으로 만든 수프가 있다. 이곳 사람들의 주식은 파스타와 빵이다. 이 지방에서는 집에서 만든 빵을 먹는다. 캄포디멜레는 바닷가에서 20여㎞ 떨어져 있다. 문어, 새우, 조개, 정어리, 멸치처럼 생긴 작은 생선 등으로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다. 세계 최고 장수국인 일본에서 해산물을 많이 먹듯이 이곳에서도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이곳 사람들이 요리할 때 단지 올리브 오일을 조금 사용하는 정도가 아니다. 올리브 열매를 다져 빵 위에 얹어 먹기도 하고 올리브 오일을 소스에 사용하기도 한다.

필자가 캄포디멜레를 방문했을 때 아침 일찍 오전 7시에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으로 나갔다. 이곳 노인들은 전통적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노인들은 광장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카드놀이를 한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광장에 나온다. 노인들은 평화로워 보이며 스트레스가 없이 산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쯤에는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다. 이 마을은 혈족사회로 그들은 거의 모두가 친척들이고 친구들이다. 따라서 매일 서로 교제를 하며 친하게 지낸다. 젊은이들은 이 마을을 떠났지만 이런 이유로 노인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