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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비효율이 효율을 이기는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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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비효율이 효율을 이기는 낭만

제임스 홍 책임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제임스 홍 책임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우리는 매출 17%를 포기하겠습니다.” 로스트 아크의 2022년 청사진을 제시하는 온라인 생방송에서 개발을 총괄하는 금강선 디렉터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특정 기능을 사용하는 데 소비되는 화폐단위를 낮춤으로써 매출을 포기하고 더 많은 유저에게 더 즐거운 게임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결정이다.

로스트 아크는 스마일게이트RPG가 개발한 게임으로 고객 유저들과 소통하며 흥행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대 동시 시청자가 31만 명이었던 해당 방송에서 금강선 디렉터의 매출 포기 발언은 흥행의 이유를 잘 보여준다. 타 포털사이트에서는 ‘디렉터가 유저의 마음을 흔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금강선 디렉터는 매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 이후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백하게 전한다. “매출을 포기할 테니 우리의 미래와 맞교환 합시다. 이것이 로스트 아크식의 재투자입니다. 이 게임에서 만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낭만입니다. 가성비 떨어지는 거 알면서 낭만을 챙기는 것, 저희는 그런 꿈을 꿔봅니다. 가성비 없는 걸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때로는 낭비 없이는 낭만을 만들 수 없습니다. 로스트 아크는 여러분들의 추억을 소중히 지켜나가겠습니다.”

때로는 낭비 없이는 낭만을 만들 수 없다는 금강선 디렉터의 말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효율과 비효율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효율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투자하고 사용하는 시간, 노력, 자원 대비 우리가 얻게 되는 결과가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개개인은 하루를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보내기를 원한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매출, 비용, 순이익 등을 따지고 ROI(투자수익률)를 계산하는 것도 결국 효율의 문제이다. ‘효율’과 ‘비효율’이라는 키워드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이다.

계산대로라면 효율을 따지며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우리의 삶은 ‘낭만’으로 가득 차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성적인 계산과 결정이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는 효율을 따지기보다 감성에 따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낭만을 좇는다. 생각해 보면 비효율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 바보 같지만, 실제로 더 바보 같은 일이 더 중요하게 인식될 때도 있다. 가령, 우리는 때로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효율을 따지지 않고 수많은 인력을 투입한다. 수없이 긴 세월 동안 한 가지 가치를 위해 신념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가장 바보 같고 때로는 비효율적인 행동을 단 한 사람을 위해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큰 낭만을 느낀다.

효율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따질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착각일 수 있다. 지금 심겨진 작은 행동의 씨앗이 미래에 어떤 나무로 자라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기적 성과에만 머물러 좁은 시야로 효율만을 따지는 기업이 있다. 주로 이런 기업은 긴급한 일을 쳐내기 바쁘다.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긴급한 일만을 생각하게 되면 당장에는 긴급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바보 같은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인 아이젠 하워는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B’의 영역으로 구분한다. 현재 나 개인과 우리 조직의 B의 영역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발견하고, 집중하고,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바보 같은 행동, 낭비되는 행동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낭만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다시 돌아와 로스트 아크의 금강선 디렉터는 이렇게 말한다. “로스트 아크의 개발자들은 돈을 벌려는 사람이 아니라 개발에 진심인 사람이다.” 결국 현재 나와 우리 조직에게 있어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에 나와 우리의 진심을 더하는 또 다른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제임스 홍 책임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