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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린이가 터득해 가는 주식투자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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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린이가 터득해 가는 주식투자 방법

김희일 금융증권부 부국장
김희일 금융증권부 부국장
취재차 증권사 직원을 만나면 묻는 질문이 있다.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들은 한결같이 증권사 직원이라고 주식투자를 잘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종목 추천을 굳이 부탁하는 필자의 요청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 종목을 노리되 주식 초보라면 간접투자 방식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추천하는 것도 적립식 펀드다.

조언은 듣지만 막상, 투자는 머뭇거리게 된다. 필자가 주린이다보니 투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다. 적은 금액 투자로 많은 수익을 얻는 게 좋은 투자란 걸 잘 안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추천 받은 적립식 펀드에 대한 투자로 당장 원금 손해를 면해도 기대 이익 측면에선 실망할 수 있다. 고민만 하다가 투자 의지를 접는다.
언론에서 핫이슈가 된 카뱅 등 각종 공모주 청약도 눈에 띈다. 상장 시 주가가 치솟는다는 전문가들 견해나 취재원들의 정보는 공모주 투자만으로 왕창 벌 수 있을 것 같다. 공모주 한 주만 보유해도 미래 가치가 상당하다는 말에 귀 얇은 주린이는 공모주 청약에 뛰어든다. 청약 마감 일이 다 돼 해당 증권사에서 계좌를 열고 청약 증거금을 입금한 주린이지만 결국 공모주는 1주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린이에게 주식투자는 멀고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부자아빠 주식학교’와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등 성공한 주식투자자들의 투자 체험담을 접하게 된다. 지금껏 주식투자에 대한 주린이의 관념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주린이에게 주식은 ‘사야할 시점’과 ‘팔아야 할 시점’에서의 타이밍 싸움이었다. 잘못된 주식투자로 패가망신한다는 부정적 생각도 강했다. 결정적 투자 순간에 주저앉기를 반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투자에 대한 지식이 쌓이자 자신감이 생겼다. 주식은 더 이상 사고 팔아 차익을 챙기는 대상이 아니다. 우표나 외국 돈 수집하듯 ‘보유해 나갈 대상’이다. 주식을 팔아 얼마 벌었나 보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주식을 가졌나로 생각을 바꿨다.

내가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한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지에 초점 맞추다 보니 보유한 주식의 회사 경영에 관심이 생겼다. 주주 입장에서 기업 성장은 곧 나의 성장이 됐다. 주가가 조금 올랐다고 팔 생각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주식 보유량을 어떻게 늘릴지 더 고민했다. 주가는 하락의 순간이 있다. 물론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럴 때는 경영에 도움 되라는 심정으로 주식을 더 매수한다. 해당 기업 주식의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같이 늘려 온 가치주 중 하나가 ‘삼성전자’다. 2018년 1월 당시 한 주당 249만원대에 달한 이 주식은 주린이 입장에서 보유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2018년 5월 4일 1주를 50주로 ‘액면분할’ 하면서 분할 직전 265만원대 주가는 5만3000원이 된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터지고 코스피지수가 추락하자 주가는 4만원대까지 떨어진다. 당시 애널들도 삼성전자 주식은 향후 십만 전자를 바라본다며 투자 심리를 부추겼다. 만나는 취재원들도 저마다 삼성전자 주식을 권했다. 주린이 입장에서도 고민됐다. 2021년 9월 비로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우선주 위주로 주식을 매수했다.

이때부터 증권계좌는 수익면에서 마이너스가 됐다. 삼성전자 우선주 가격이 계속 하락한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손익률 속에서도 가격이 하락한 삼성전자 우선주를 계속 사모았다. 동시에 은행주보유 수량도 늘렸다. 여전히 주린이 증권 계좌 잔고의 삼성전자 우선주는 수익면에서 마이너스다. 그럼에도 주린이는 주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과거, 가격적 측면만 놓고 고민만 하며 투자 기회를 놓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주식 종목 다양화와 우량 종목 중심으로 보유 주식 수를 늘리고 있다. 주린이에게 주식은 더 이상 사고팔아 차익 남길 대상이 아닌 ‘보유할 투자대상’으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