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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계의 역대급 투자계획들, 투자 ‘결과’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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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계의 역대급 투자계획들, 투자 ‘결과’가 더 중요하다

1000조 투자계획 재계, 기존 계획 중복 등 허술한 점 많아
장밋빛 투자계획 좋지만, 집행내역 및 투자결과는 비공개

서종열 산업부 차장
서종열 산업부 차장
삼성 450조원, SK, 247조원, 현대차 77조원, LG 106조원...

지난 일주일 사이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대의 대규모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주요 대기업들이 발표한 투자금액 규모만 1000조원을 넘었다.
재계가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 기조'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정부 출범에 따라 기업활동에 제약이 됐던 규제철폐와 대규모 세제지원 등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허술한 대목이 많다. 기존 사업을 더욱 보강하거나, 앞서 발표한 투자계획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정한 내용 등이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에 상당부분 포함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3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중장기 투자계획에는 그룹차원에서 오는 2025년까지 7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현대차와 기아가 밝힌 3월의 투자계획 대비 오히려 중장기 투자계획의 규모가 줄었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주요 대기업들은 과거에도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당시 발표한 투자계획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집행됐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 없다. 그나마 확인이 가능한 투자액은 공시의무 사안인 설비투자 정도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참여자들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수백조원의 돈이 소요되는 기업들의 투자계획도 좋지만, 투자의 '결과'가 계획보다 더 궁금하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