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회의 공간에서도 그 조직의 회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모든 회의 공간은 그 조직의 회의 방식과 회의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다시 그 안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영향을 줍니다.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공간과 회의 문화의 관계를 잘 설명해 주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간의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회의 분위기가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공간의 변화는 소통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회의 공간이 변해야 소통의 질이 높아집니다.
회의 공간의 존재 이유는 더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합의·협의하고 좋은 결정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함입니다. 이 목적에 방해될 만한 요소들은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회의장 내에 격식을 상징하는 도구를 제거해야 합니다. 유니버설 플랜(Universal Plan)이란,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가구를 사용하는 형태로 사무 공간을 계획하는 걸 말합니다. ‘보편적인 배치’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회의 공간도 이처럼 보편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어떤 참여자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원이 앉은 자리에 회의 주관자가 앉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보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높은 의자나 별도의 테이블, 각각의 직급/직위를 상징할 수 있는 명패 등은 회의장에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는 누가 더 높고 낮은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의 때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조직이라면 직급이 아닌 역할에 따라 공간에 차이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회의 진행자의 좌석을 강화하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회의 전체를 조율하고 진행하는 회의 진행자는 다른 모든 회의 참여자와 소통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따라서 회의 내 소통 구조를 그려보고 가장 많은 정보가 오가는 중심지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더욱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진행자에게 추가 공간이 제공된다면 이 공간은 결국 회의에 참여한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겁니다. 이처럼 격식을 상징하는 도구가 사라질 때 우리의 회의는 더 회의다운 회의가 될 수 있습니다.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